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박완서/세계사고 박완서선생님의 많은 유수의 작품집들을 뒤로 하고 마지막으로 나온 유고집이 된 해당 에세이는 재미도 넘치고 재치도 넘치며 인생의 선배에게 인생의 배울 점도 많은 귀한 책이다. 작가님께서 집 한켠에 고이 모셔두었다가 먼지와 함께 오래간 지냈던 색 바랜 원고를 꺼내어 모아모아 낸 에세이집이라고 설명해주셨다.박선생님이 자제 아드님 한 분을 먼저 하늘로 떠나보내시고 난 심정이 느껴지는 글도 있고, 소소하게 자연에서, 일상에서 느낀 감정을 표현하신 글도, 어렸을 적을 돌아보시며 당시 개성에서 어린시절의 추억을 나눠주신 글이나, 해외 또 국내여행 중에 겪은 몇몇 에피소드에서 전달하는 글 등 감정들을 전하실 때 글터치의 관록이 느껴졌고 에누리없이 또 에두르지 않고 정확하게 묘사를 했기에 오해가 생길 수가 없었던 것은 독자나 다른 작가들이 배울 수 있는 좋은 꺼리이기도 했다. 고유한글의 의태어와 의성어가 난무하는 글일수록 폭넓게 어휘를 익힐 수가 있어서 좋은데, 작가님의 에세이 전반이 그러하여서 네이버 사전을 옆에 끼고 자주 눌러 찾아보면서 다양한 순우리말들을 배운 것은 덤이었다. 나중에 인용하고 써먹을 표현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송우혜작가, 이이화작가님과 다녀오신 중국여행기에서 송우혜작가가 취기가 오르자 당도한 지방이 친조부님의 향수가 담긴 곳으로 웬지 모를 취중진심이 우러나왔는지 서럽게 울어댄 탓에 작가님이 고막은 고통스럽고 짜증은 밀려옴에도 말릴 수도 없는 지경이어서 같이 우는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정말 인상적이었던 장면이었고 작가님다운 글의 색깔이 느껴졌던 부분이다. 춥다가 따듯하다가 한 구정 설을 앞둔 이 시점에 읽기에도 좋고 내 영혼이 따듯해질 좋은 에세이를 마음에 담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