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 농장의 겨울 요리법루이즈 글릭/정은귀그녀의 시의 특이성은 그녀 자신의 삶을 시에 녹여냈다는 점이다. 그녀의 과거에 연애를 통해 겪은 애틋한 경험들에서 느낀 감정이나, 전 남자친구와 겪었었던 기억의 파편들이 시에 투영되어있다.노자의 <도덕경>이란 단어를 인용하고 비어있음, 공허함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죽음의 부정>에서는 동양사상에 대한 시인 루이즈 글릭의 공부와 동양에 대한 관심이 있지 않았나 싶다.이번 책에는 장편 시들이 몇 개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죽음의 부정>, <협동농장의 겨울 요리법>, <지는 해>, <끝없는 이야기>가 그렇다. 한편, 제목과 내용이 전혀 딴판인 시가 있는데 제목이 <대통령의 날>이고 맑은 날씨에 햇살이 고루비치는데 몸에서 햇살을 받으며 느끼는 따스함을 노래하는 내용인데 대통령의 날과는 연관선을 찾을래야 찾을수가 없긴한데, 억지로 풀어보자면 아마도 실제 대통령의 날에 2003년부터 두 해동안 계관시인이었던 루이즈 글릭이 시를 낭독했을 때의 날씨가 마침 햇살가득한 날이어서 그날의 느낌을 시로 지은 것이 아닐까한다.우리나라가 6.25동란 후에 먹을 것이 없어서 나무껍질을 벗겨먹고 겨울에 보릿고개라는 표현도 썼지만 미국에서도 겨울에는 먹을 것이 부족해서 이끼를 모아 삭혀서 빵에 넣어 먹었다는 사실이 <협동농장의 겨울 요리법>이란 시에 나온 것을 보며 미국 사람들도 나름의 어려웠던 시절을 잘 헤쳐나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이번 시집은 장편 시와 일반 시들을 포함하여 분량이 컴팩트하다. 노벨문학상 수상 후 쓴 첫 시집임을 참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