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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ㅣ 열림원 세계문학 4
헤르만 헤세 지음, 김길웅 옮김 / 열림원 / 2023년 12월
평점 :
싯다르타
헤르만헤세/김길웅
열림원
성경, 꾸란, 불경과 같은 경서는 아니지만 그에 필적할만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는 헤르만헤세의 <싯다르타>이다. 이 책은 데미안을 쓰고 있는 중인 1916년부터 1919년 사이 우울증으로 고통속에 있을 때 구상하였고 1921년에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즉, 자기자신과 싸움가운데 번뇌를 겪고 있을 무렵에의 저작이란 이야기이다. 그래서 탈세속, 탈종교적인 입장에서 우러나온 작품이 나오게 된것이 아닐까.
싯다르타는 붓다의 불교귀의 즉 출가 전 귀족신분(인도에서는 브라만이라 함)일 적에 이름이며 깨달음 이후 붓다가 된다. 읽기 전 맘으로 예상하기엔 싯다르타가 붓다가 되기까지의 도를 찾아가는 수행과정을 당연히 정직하고 경건하며 탐미적인 표현으로 그려낼 줄 알았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하게 반대편으로 항해의 키를 틀었다. 예를 들면 <천로역정>이 수많은 유혹과 일락과 꾐을 이기고 나아가는 순례자의 여정인데 반하여 <싯다르타>는 오히려 세속의 것들을 탐하고 겪어보고 부딪쳐 몸을 숫제 맡겨버리는 방식을 택한다. 창녀에게도, 상인에게도, 노름꾼에게도, 뱃사공에게도, 심지어 떠난 창녀사이에서 난 가출한 아들에게도 의지하면서 그 가운데에서 자기 나름의 배움을 이어간다. 그리고 자기와는 달리 구도자의 길을 간 가장 사랑하는 벗 고빈다는 정도를 걷는 이의 대표격인데, 그가 싯다르타를 무시할 법도 함에도 싯다르타 방식의 깨달음을 인정하며 고빈다 자신의 숭고한 사랑을 증명하듯이 싯다르타에 대한 존경심을 보여준다.
수행 중에 고타마란 인물도 등장한다. 그는 존경받아 마땅한 붓다이다. 싯다르타와 고타마는 깨달음에 대해서 대화한다. 사실 싯다르타의 풀네임이 고타마 싯다르타('고타마'가 성, '싯다르타'는 이름)다. 이 부분은 자아가 나뉘어 세속적인 자아와 경건함과 깨달음의 자아를 말하는 것으로서 서로 대립되어 하나될 수 없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싯다르타의 세속에 대한 경험과 그 나름의 깨달음과 과정들은 독자들 마다에게 다양한 시각으로 비춰지고 해석될 것이다. 그 점이 헤르만헤세가 기대하고 의도했던 바가 아닐까싶다. "어 이거 맞아? 붓다가 이래도 되나" 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