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 남성으로 산다는 것
스기타 슌스케 지음, 명다인 옮김 / 또다른우주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성으로 산다는 것

스기타슌스케/명다인
또다른우주

일종의 해방감을 맛볼 수 있었는데, 남성들의 은밀하고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알아주기를 바랬던 남은 자존감에 쌓인 먼지를 떨궈냈다는 느낌이다. 참 잘 쓴 글이다란 생각은 번역을 잘한 것도 있지만 일단 글쓴이의 필력인데 비평이력과 세번째 책임에도 관록이 느껴지는 것은 그가 기고하고 읽고 글쓰는 일을 열심히 해온 결과일 터다.

공감을 잘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영화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베인, 조커, <조커>의 조커역인 아서, <드라이브 마이카>의 인물들, <도박묵시록 카이지>의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만화를 언급했던 부분이 있었고 안톤 체호프의 4대 소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외 다양한 작품들을 인용하면서 공감을 잘 이끌어 내도록 글의 맛을 살렸기 때문이다. 공감이 안 되면 잘 쓴 글도 사람들이 잘 안 찾으니까 말이다.

책을 감수한 조경희 교수도 약자 남성의 현실판 일본의 모습을 잘 묘사한 책이 한국 남성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알 수 없다라고 던졌는데 어찌 되었든 중년 남성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내용이고 특히 동아시아권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생각이 되어 그건 기우이지 싶다. 아마도 아무리 잘 나가는 중년 남성이라도 10분의 1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리고 평범한 중년 남성에게는 80% 정도 그리고 프리터로 살아봤거나 소외감과 고독감이 짙게 배어 있는 분이라면 아마 극 공감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그런 분은 꼭 읽어야 한다.

중년 남성이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지금 세대에 관련한 책들이 한국에도 있을 테지만 이 책은 남자와 여자의 차별이 심화되어 있는 일본의 이야기이고 한국은 좀 더 나을 수 있지만 한국 남자도 안심 할 수 없다 없다는 것은 당사자들이 더 잘 알 터.

가장 공감이 된 건 같은 중년이어도 여성은 가족에 대하여 유대적인 감정 그리고 각종 모임과 지인들을 통하여 고독감과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는데 반해 남성의 경우는 전혀 그런 것들에 도움을 받지 못하는 동물이고 또 가사 등에 있어 여성에게 상당히 의존적이기 때문에 이것이 박탈되어졌을 때에 더욱더 고독감이 심화되고 약자로 남게 되는 책에서 이른바 잔여, 잔여물 같은 존재 즉 잉여 인간으로 남는 것이라는 점이었다.

서평을 쓰면서 이 책은 잘 써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읽게 하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많은 위로가 되는 책이다. 나의 위치를 점검하고 확인하는 시간 알 수 없는 고독에 대해서 사유해 보는 시간, 그래서 이 책을 읽었던 분들이 힐링도 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바깥에는 함박눈이 세차게 내리고 있는데 내일모레면 2024년이 밝아 올 것이고 이 내리는 눈이 오늘따라 좀 더 슬프게 보이는 것은 인간이라면 아니 남자라면 맞닥뜨려야 할 눈보라 같은 전형적인 약자의 모습 때문이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