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토끼풀이 내게로 왔다김건숙/바이북스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독서와 산책이라고 말하고, 자신을 읽고 쓰는 사람이라며 담담히 소개하는 저자 김건숙은 지독히도 책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냥 어느 장소든지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가감없이 토해내는 김건숙의 에세이의 매력에 나름 빠져버리게 되는 시간이었다. 예를 들면 내가 티브이를 틀어 넷플릭스의 어떤 프로그램을 시청했고 감상한 느낌이 어땠다거나, 병원에 입원 중일때 옆 침대에서 입원 중인 여자청년의 사연을 듣고 읊어주면서 기구한 그녀의 처지에 대해 느낀 바를 덧붙여주거나, <칼의 노래>의 작가 김훈을 동경하고 그만의 글의 표현수준을 극찬하고 닮고 싶다고 하는 모든 이야기 면면들이 마치 친구에게 편하게 얘기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건 그만큼 글을 편하게 잘 쓰고 있다는 얘기이리라.먼저 두 권의 책을 내서 인지도를 소폭 얻게 되었고 스스로 만족할만큼의 흥행(?)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목표가 있다면 베스트셀러 한 권 내는 것이라 한다. 웬지 그 패기와 열정을 독자에게 전염이라도 시킬듯이 강하게 어필이 되고 있는 것은 어떤 영문인지 모르겠다. 웬지 앞으로 연륜있는 중견작가로 거듭나고파하는 열망이 남달랐던 것 같다.마지막 부분에 개인적으로 극적인 공감과 함께 책을 읽으며 자꾸 눈여겨보여지고 떠올랐던 단어가 등장하여 좋았다. 그 단어가 뭔고하면 바로 '변화'다. 사람은 제자리에 있지 않고 변화될 때 그만큼 더 글을 나답게 쓸 수 있게 된다(책에서는 '나만의 단어'라고 함)는 것이다. 좋은 말이다. 변화를 누구든지 원하지만 그것을 성취하려는 노력은 잘 안하는 편들인데, 이번에 노력해서 변화되어야 할 동기가 확실히 생겨서 책을 읽은 보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