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서랍 속의 꿈다자이오사무 외 7명지음/안영신 박은정 서홍작가와 비평낡고 오래된 서랍 안에 고이 모셔 둔 꿈들을 하나씩 펼쳐볼 순간을 선사하는 <오래된 서랍속의 꿈>이다. 일본 유명작가 8명의 아기자기한 단편들을 모은 단편모음집이다. 책의 지은이는 역자 3인으로 작가들을 골고루 나눠서 번역을 도맡아 했다.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었던 두 작가 중 하나인 다자이 오사무는 '인간실격' 이라는 무뢰파소설가의 전형을 보여줄 것 같았는데 단편소설 두편은 밝은 느낌의 그것이었다. 특히 <달려라 메로스>는 두 친구의 죽음을 넘어선 지란지교를 보여줘 전형적인 폭군이었던 왕마저 감화시키는 스토리로 무뢰파 답지 않게 브라이트한 느낌을 선사했다. 또 다른 작가는 '나카지마 아쓰시'로 <산월기>인데 주인공이 영문도 모를 호랑이가 되버린 과정가운데 그 원인을 알며 고뇌하는 주인공의 푸념과 회한을 들어본다. 단편선에 담긴 소설들을 읽다보면 공통점이 있었는데, 글의 마침이 시와 다르지 않게 함축적이거나 뭔가 정황상으론 끝나지 않았는데 끝나버린 경우라 열린 결말처럼 독자로 하여금 상상력을 가지고 미완의 결말을 채울 수 있도록하여 각자가 글을 완성시키게 만들어 간접적으로 글에 참여시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단편의 매력같기도.다른 작품들도 다 훌륭하다. 미야지와 겐지의 <주문이 많은 음식점>에서 식당이 온 손님 두명에게 닥친 반전, 니이미 난키치의 <여우 곤 이야기>에서 누명을 쓰고 죽어간 안타까운 주인공 곤, 오가와 미메이의 <어느 축구공의 일생>을 통해 비춰 본 피할 수 없는 인생의 고단함, 아리시마 다케오의 <제비와 왕자>에서 헌신적으로 왕자를 따르는 제비와 아낌없이 주는 왕자를 통해서 보는 살신성인의 정수 등 좋은 작품이 많다. 그리고 일본특유의 문화적인 문체로 독자들을 그들의 세계로 인도하니 한번쯤 일본단편선을 도전해보시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