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인생은 흐른다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김한슬기페이지2북스세 편의 에세이를 이 한 권에 담았다. 세네카는 로마시대때 네로황제의 스승으로 자리했던 사람이다. 그의 지혜가 담긴 인생철학에 귀기울이는 시간이 되었다. 한편 네로가 폭군이 되기 전까지는 세네카의 가르침의 크기가 네로에게 충분히 컸으리라 보인다. 하지만 네로의 악덕이 세네카의 가르침으로나마 단단해진 성품을 잠식하여 버린 것이 못내 아쉽기도 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도 세네카의 사상을 접하는 것은 좋은 배움이 아닐 수 없다.사람은 정작 아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눈 앞의 것을 나눔에 있어서 손해를 보면 눈에 쌍심지를 켜지만 자신의 시간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것에는 관대하다.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낭비되는것이 없는지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배운다. 사람은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한다. 또 어떤 이가 나는 육십까지 일하고 그 이후로 삶을 즐길거라고 계획하지만 운명이란, 인생이란 럭비공같아서 막상 오늘이 마지막날이 될 수 있는 것이니 알 수 없는 미래를 기약하는 삶을 살지 않기를 배운다. 미래를 살지 말고 오직 오늘을 살라고 한다. 나에게 천년이라는 긴 시간이 주어져도 나의 이성이 남은 날들을 현명하게 붙잡아주지 않으면 결국 짧은 인생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맹목적으로 즉흥적으로 산다면 시간은 순삭되기 마련임을 배운다.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얼마나 들이고 있는가. 곳간의 창고를 걱정하기 보다는 내 인생의 창고를 돌아보라고 한다. 여가와 휴식을 취하는 쉼이 아니라 나를 위한 사색과 철학을 하기를 권하고 있다.많은 사람이 가는 길을 멀리하라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지 말고 스스로의 이성의 판단에 따라 선택하여 살것을 권하고 있다.쾌락을 좇지 말 것은 쾌락을 즐기는데 언젠가 잃을까 불안이 늘 따르고, 이성을 잃은채 종국엔 스스로 패망을 가져오는 것도 있지만 쾌락에 갇혀 그것을 자유로 착각하여 마침내 진정한 자유를 빼앗기고 쾌락을 탐닉하여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기 때문임을 가르친다.병마에 대해서는 노여워하거나 억울해하지 말고 겸허히 받아들이라고 한다. 병마와 죽음, 고통이 오더라도 신이 생명도 주셨듯이 생명의 사라짐도 우주의 순리라는 것이다. 이런 점이 철학의 묘미라고 본다. 자신을 위한 시간을 내어 깊이 사색하지 않으면 이렇게 말할 수는 없다.로마가 세계정세에서도 정상을 지킨 위엄이 있기에 세밀하고 사려깊은 세네카와 같은 철학적 조언의 설득력이 더욱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끊임없이 다스리고 돌보라는 책의 마지막 조언을 명심하며 짧은 서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