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헨리 마시/이현주더 퀘스트'나이가 들수록 젊었을 때완 다른 사고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제 신경외과의사의 은퇴를 맛보고 전립선 암을 투병중인 노년을 보내는 한 의사의 이야기다. 죽을 수 밖에 없는 위중한 환자부터 죽지 않아도 수술의 성공여부에 따라 치명적인 상황에 이를 수도 있는 환자들을 지켜보고 상담하고 치료해온 외과의에서 이제는 자신이 전립선암에 걸려서 과거에 자신이 군림해왔던 위치가 아닌 반대로 의사나 간호사의 말에 좌우되는 초라한 환자가 되어버렸다. 그런 저자는 어떤 마음으로 일거수일투족 하나하나 바뀌어버린 일상을 마주하고 있는 일종의 푸념도 되고 자기를 성찰해 보는 생의 마지막인 죽음을 안연히 맞이하기 위한 수기 같기도 하다. 우리의 삶이 멋진 이유중에 하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여유와 의지다. 그 시기가 팔팔할 때나 죽음에 임박할 때나 상관없이 말이다. 내 손으로 손수 그림엽서를 그리고 만들어 손녀딸에게 주거나 과거에 딸이 어렸을 때 선물로 주려고 틈틈이 다양한 재료로 만든 인형의 집을 리모델링해서 손녀딸에게 다시 주려는 여유로운 행동은 암이 걸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인간에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모습이다.죽음 앞에서는 과거에 외도하고 이혼한 후에 재혼했었던 자신도 쓸거리로 삼을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는 첫번째 아내와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다고 덧붙인다.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숨길만 한 사실고 도마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용기에 의미를 두고 싶다.한 일본의 과학자가 게놈을 변형하여 오래살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냈을때 저자는 죽고 싶지 않다는 전제를 내고도 이 연구결과엔 부정적이었다. 병든 몸으로 몇십년을 더 산다고 달라질 것이 있겠냐고 말이다.의사로서 환자와 보호자를 대하는 자세에 대한 요령도 알려주고 (진단결과에 대한 불확실하고 애매모호한 대답 및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제스처 - 의사에 대한 신뢰형성 및 수술후 잘못된 결과에 대한 연막) 본인의 실수로 수술이 잘못된 경우 의사로서 보호자를 마주해야 할 곤혹감과 과오에 대한 솔직한 발언은 덤덤하게 적었는데 이런 점은 의료에 남은 생을 맡긴 환자나 보호자들에게는 과연 병원에 입원하고 수술하는게 맞는 것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부분이다. 그러나 저자도 그런 사실을 알고도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현실이 우스꽝스럽다.우크라이나에서 오래 일한 탓에 현재 지인이 한가득있는 전쟁중인 우크라이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르다. 우크라이나를 할수 있는 한 지원할 것이라는 점이 인간적이었다.관조적인 시선으로 남아 있는 삶을 바라보는 책 <죽음에도 지혜가 필요하다>의 짧은 서평을 마친다. 강력한 무덤덤함과 용기를 무기로 삶을 버티어낸 한 은퇴신경외과의사의 수기를 한번쯤 접해보시길 권한다. (저자는 수치가 좋아져서 지금은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