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을 건너온 약속이진미/다른간토대지진에서 간토는 관동이라는 발음을 일본어음독으로 한 것으로 우리나라엔 관동대지진으로 알려져있다. 알만한 사람은 지진 당시 비극적인 사건을 기억한다. 이 사건은 인종차별과 더불어 배타적이고 극단적인 국수주의와 이기주의의 산물이다. 구체적으로 이런 혐오는 왜 자행하는가? 식민피지배층인 약소국민을 얕잡아보기 때문이다. 자, 그럼 오늘날에 학폭은 왜 일어나는가? 악하고 야비한 성품을 가진 자가 상대적으로 약한 이에게 부리는 못된 만용이다. 강자는 약자에게 학폭도 학살도 다른 여러 나쁜 짓을 한다. 이런 우리도 이제 강자의 편에 속하는 편인데 약자나 약소국에게 늘 잘 대해주면 좋겠다. 지진으로 돌아와서, 지진으로 인해 혼돈에 빠진 일본은 망연자실한 국민들의 분위기를 역전시키기 위해 애꿎은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 폭도들이다 라는 거짓소문을 퍼뜨려서 비통하고 헛된 죽음을 양산했다. 일본의 독특한 감성과 특유의 정신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그러나 거짓말로 호도되어 집단최면에 빠진 대중이 얼마다 끔찍하고 무서운지 뼈아픈 과거역사를 모르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때 그 사건을 제대로 알아야 했다는 마음이 <백년을 건너온 약속>을 통해서 충족된 셈이다. 서평의 기류나 이 책의 의도가 일본을 무작정 탓하고자 하는 것이 아님을 아실거라 생각한다.이진미 작가는 직접 현장 답사 후 만났던 감명을 소설에 잘 녹여냈고 읽는 이들은 고스란히 1923년과 2023년의 시간 차를 슬기롭게 연결시킨 구성에 감탄을 금할 수 없을지 모른다.2023년 도쿄에 사는 마에다 린 과 1923년 도쿄에 사는 양정필은 조선인 학살사건의 같은 현장을 바라보면서 정필이가 동생 정훈이에게 선물로 주고자했던 한 만년필이 고리가 되어 타임슬립을 통한 두 사람의 불가능하지만 실제 조우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이내 린의 할머니 스미코의 비밀스러웠던 전말까지 모조리 풀리게 된다. 소설자체로도 재미가 있다.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실제 일본인 고등학생들의 사건을 추모하는 낭독극과직장을 그만두고 추모비를 지키며 조선인학살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한 일본인 교사의 이야기가 심금을 울렸다.해당출판사 '다른'에서는 <백년을 건너온 약속>외에도 다양한 청소년역사소설을 출간하고 있다. 간토대지진의 조선인학살사건 뿐만아니라 잊혀질 중요한 역사들을 소설로 풀어서 쉽게 알려주시는 작가분들과 출판사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드리며 짧은 서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