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사람이라면 열 살이 되지 않은 아이라도 세종대왕을 알 것이다. 나 역시 세종대왕 하면 백성을 가엾게 여겨 훈민정음을 만들고, 신분보다 능력을 중시해 장영실 같은 인재를 발탁한 자비로운 성군의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다. 그러나 이 책은 대중이 그려온 위대한 왕의 이미지에 가려진 세종의 진면모를 보여준다.

세종은 철저한 실용주의자이자 치밀한 설계자였다. 훈민정음 창제에서는 언어가 지식과 권력의 힘이라는 구조를 꿰뚫었고, 황희·장영실·신숙주뿐 아니라 반대편에 있던 인물까지 적절히 활용하며 조직의 균형을 설계했다. 원칙과 융통, 강경함과 유연함을 상황에 맞게 배치하는 모습에서 좋은 리더십 역시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설계의 결과임을 느꼈다.
읽을수록 ‘세종은 천재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진짜 힘은 천재성만이 아니었다. 나라의 시스템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끝까지 실행해낸 힘이야말로 세종을 위대한 왕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그래서 책을 덮으며 나 자신에게 묻게 되었다. 나는 주어진 상황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리며 살지는 않았는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내가 가진 것 하나를 내려놓고, 스스로 삶을 설계하려 노력했는가. 더 나아가 나는 지금 살아가는 목표를 분명히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내가 죽은 뒤에도 남아 있을 만한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세종은 자신의 삶을 넘어 나라의 시스템과 백성의 삶에 오래 남을 변화를 설계했다. 그런 세종의 삶을 다시 바라보며, 나 역시 무엇을 남기기 위해 살아갈 것인지 내면에 질문을 던지게 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