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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너머
벤자민 마이어스 지음, 최리외 옮김 / 다산북스 / 2026년 5월
평점 :

벤자민 마이어스의 《수평선 너머》는 단순한 성장소설이 아니다. 노년의 로버트가 열여섯 살 여름을 회상하며 써 내려가는 이 이야기는 한 소년이 자신만의 삶과 언어를 찾아가는 기록이자, 자유가 무엇인지 묻는 아름다운 문학이다.


광부가 될 운명처럼 정해진 미래 앞에 서 있던 소년 로버트는 자유롭고 지혜로운 노인 덜시를 만나며 전혀 다른 세계를 마주한다. 덜시는 삶을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대신 시를 읽고, 바다를 바라보고, 좋은 음식을 나누며 세상을 느끼는 법을 알려준다. 그 과정에서 로버트는 문학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언어와 세계를 갖게 된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사건이 아니라 문장에 있다. 여름 바람의 냄새, 바다의 빛, 들판의 풍경 같은 평범한 순간들이 작가의 손끝에서 눈부신 장면으로 살아난다. 단단하고 서정적이며, 때로는 고통스러울 만큼 진실하고 섬세한 문체는 마치 작가 자신을 그대로 닮은 듯하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이야기를 따라가기보다 한 편의 긴 시를 천천히 음미하게 된다.


특히 덜시라는 인물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는 로버트의 가능성을 믿어준 사람이며, 동시에 독자에게도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존재다.
나는 내가 살고 싶었던 삶을 살았고, 지금도 그렇다.
이 문장은 책장을 덮고도 오래 마음에 머문다.
《수평선 너머》는 삶은 이미 정해진 길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며 만들어가는 것임을 조용히 들려준다. 바쁘게 앞만 보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수평선을 바라보라고 건네는 따뜻하고 깊은 위로 같은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