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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건너는 교실
이요하라 신 지음, 이선희 옮김 / 팩토리나인 / 2025년 7월
평점 :

아주 오래간만에 일본색이 묻어나는 책을 서평하게 되어 개인적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작가 이요하라 신을 소개하자면, 「달까지 3km」, 「8월의 은빛 눈」, 「박물관의 팬덤」등이 있습니다. 작품들마다의 소재나 장르를 보고 그 작품을 접하면 73년생 작가라는게 놀라울 정도로 개성강하고 문체에서 젋은 피가 흐르는 작가들의 기발함이 돋보이면서도 일본문학 특유의 감성이 섬세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늘을 건너는 교실〉은 인물 개개인의 이야기가 오고가며 고등학교 야간반 과학부 활동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전문적이고 디테일하게 나옵니다. 특히나 물리학, 천체에 관한 지식은 가히 이 책의 이야기 속 과학부 선생님못지않게 마치 과학잡지나 과학 논문 한편을 실어놓은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그래서 글 속에서 박진감넘치고 눈앞에 생생하게 장면을 그릴 수 있는 섬세함을 가득 담고 있습니다. 반면, 인물에 대한 이해와 몰입이 깊어가며 책이 하반부로 갈수록 과학 이야기가 읽어내기가 버거운 면도 있습니다. 작가가 이 이야기에서 담으려고 한 호소하다 시피 느껴지는 이 과학 배경지식은 그만큼 이야기 속의 과학부를 만들어 학회 발표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제각각 인물들이 가진 상처를 처절하리만큼 치유하는 걸 독자들에게 보여주고자 한 것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영상으로 제작되기도 했다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너무나 생생하게 마치 영상에서 놓칠수 있는 디테일한 소품하나까지 글로 읽으며 발견한 느낌이 들어 영상을 이미 본 듯한 착각마저 중반부에서는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드라마로 제작된 영상을 정작보면 내가 꾸며낸 개인적인 영상과 얼마나 차이가 날지, 아니면 얼마나 일치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저 내가 읽고 만든 허구영상으로 간직을 하고싶은 마음도 한켠에 자리잡게 됩니다. 이 소설을 읽고 과학을 좋아하게 되고 과학과 친해지는 건 별개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과학과 친해지길 바라는 의도에서 비롯된 책이 아님을 다시한번 밝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