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말 - 작고 - 외롭고 - 빛나는
박애희 지음 / 열림원 / 202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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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서평하게 된 이유 중 단연 표지이다. 표지에 정다은 일러스트가 참여하였음을 밝히며 덕분에 이 책에 손이 가게 되었음을 감사를 표한다.


작가의 말에서 나오는 우리 집 어린이 J는 작가님의 자녀이다.

이 책을 쓰게 된 쓰고 싶었던 이야기가 특별한 계기가 아닌 마치 나의 이웃 애기집 그 엄마의 이야기 듣듯이 편하게 들리는 느낌이 책장을 빨리 넘기고 싶게 한다. 나도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의 자녀들이 떠오르며, 잠시 잊고 있었던 그 때 아이들의 목소리와 그 목소리에서 전해지던 표현들을 떠올리게 한다. 마치 오래 전에 사용하고 보관해두었던 핸드폰을 꺼내 그 안의 과거 아이들과 함께 했던 영상들을 보게 될 것 같은 기대와 설레임이 부풀어 오른다.

5장으로 이루어져있다. 앞 표지는 주로 연핑크 빛이라면, 속은 보라 빛의 색감이 주를 이룬다.



표지에 있던 그림요소들이 글 속으로 뿌려지는 분위기다.

있지, 너희의 그 마음들이 너희를 지켜줄 거야.

너희는 괜찮을 거야.

글을 읽으며 나도 작가가 하는 말처럼 아이들 곁에 있으면 자꾸 욕심이 생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이 말이다.

우리아이들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왜’라는 질문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저런 이유로 많이 줄어 든 게 사실이다. 이런 저런 이유가 머릿속으로 대충 떠올려보아도 긍정적인 이유가 아닌 것들이 대부분이라 씁쓸하다. 아직은 그래도 특히 식탁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물어보고 주고 받고 있으니 새삼 그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스치듯 깨달으며 책을 이어 본다.

“그래, 너 좋을 대로 실컷 말하려무나. 난 상관없어.”

한없이 떠들어대던 앤에게 매슈 아저씨가 너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했던 말을 아이에게 전하고자 되뇌여 본다.

나의 어린 나를 떠올려 본다. 어린 나도 박애희 작가가 얘기한 것처럼 나만의 놀이를 하며 결핍을 채우고 외로움을 달래면서 누군가의 도움없이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배워나갔구나 하는 걸 40대가 되어서야 ‘그랬구나~. 그런거구나.’ 하게 된다. 멋쩍다. 그걸 잊고 멀리 온 기분이랄까? 공허하기도 하고 멋쩍다는 표현이 떠오른다.

안데르센이 한 말로,

“그냥 사는 것으로는 안 된다. 햇빛과 자유, 좋아하는 작은 꽃 한 송이는 있어야 한다.”

결혼하고 출산과 육아하는 최근 10년동안은 10대를 함께한 바비인형도, 20대를 함께한 음악들도, 끄적임의 모든걸 간직한 일기도 전혀 없었다. 남의 시선과 누가 정해놓은 건지 모를 세상규칙에 따르는데 급급하게 살아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든다. 행복하자고 한 결혼이고, 행복의 결실인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말이다.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상실인가 외면인가 지금 글을 쓰며 고심을 한다. 난 날 잃고 살아 온 것도 맞고, 모르는 척 한 것도 맞다. 이 책을 읽으며 초반에 이런 걸 상기시키게 되리라곤 정말 예상 밖이다. 숱하게 듣고 본 육아멘토들의 공통적인 이야기가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가정이 행복하다. 엄마의 행복이 우선이다.’가 이제야 깊숙이 이해가 된다. 웃기게도 이 책을 읽으면서 말이다. 난 지금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

작가는 어느 책이나 영화등의 한 글이나 대사를 인용하여 담았다. 이런 부분도 방송작가 다운 표현이라고 여겨지고 공감을 더해 주는 효과가 있다.



어느 덧 우리 아이에게 나라는 존재가 더글라스 아줌마가 되어있는게 아닌가 자고 있는 아이를 보니 짠하기도 하고, 글을 읽으며 작가님께 공감과 위로를 받는 느낌도 든다. 나도 사나운 루시일지도 모른다.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어떻게든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수많은 돌덩이를 가슴에 안은 채 마음껏 날지 못하고 퍼덕거리던...’의 대목에서 왈칵 위로를 받게 될 줄이야. 글이 마음을 위로 하는 걸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다.

아이들은 모두 그렇게 엄마를, 어른을 견디고 있었구나...

우리 아이도 나를 이해하고 헤아려주기 바쁘게 오늘 하루를 보냈겠지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저린다. 나도 우리아이처럼 그럴 때가 있었다. 때론 버겁고 이해하기 힘들기도 했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기에 온전히 고스란히 무방비하게 버틴 기억이 스쳐지나간다. 그런 내가 어른이라고 부모라고 우리 아이에게 어떻게 하고 있는지,,, ‘샌드백’이라는 단어가 내 마음을 쓰리게 한다.



단단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진짜배기 구슬을 기억하자.



영화 ‘우리들’을 좀 보고 싶어진다.

“어제 이야기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전 어제의 제가 아니거든요.“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마주 서려면, 나 또한 어제의 나를 버리고 날마다 새로워져야 할 것이다.


작가님의 한마디를 나도 강하게 속으로 외쳐본다.


“우리 아이를 잘 부탁해!”



30년 후 나의 아들딸에게라는 제목으로 글쓰기, 고치고 싶은 나의 습관에 관한 글 소개를 보고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 아들은 뭐라고 써 내려갈지 궁금하기도 하다. 어린이들의 고충과 인내를 알게 되니 나도 마찬가지로 심심한 사과와 위로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나도 김연수 작가의 다정한 당부를 떠올리며, 내가 걷고 있는 길도 또 나를 보며 걸어가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멈추지 말고 계속 걸어가 보자고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떠올리고 싶다.


몇일 전에 열 번 째 생일을 맞은 우리 첫째가 있어서 열 살, 초3이 언급되니 감정이입도 잘 되고, 공감과 몰입이 쉽다. 「순재와 키완(오하림 글)」 이란 책도 읽어봐야겠다.


“엄마는 내 마음을 알아줘요.”

「엄마 사용법」에 나오는 문장이다. 나도 어릴 적 바쁘고 바쁜 엄마였지만, 언제나 내 마음을 알아줘서 그 힘으로 바쁜 엄마를 이해하고 기다린 것 같다. 그게 얼마나 큰 힘인지 모른다. 정작 내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보니, 아이에게서 과연 그 한마디를 들을 수 있을지 요즘 나는 부끄럽다. 그러나 글에서 보듯이, 자라기 위해서, 슬픔을 잊기 위해서, 행복하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내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내 편이, 한결같은 사랑과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는 존재가 간절할 것이다. 그게 내가 해야하는 역할임을 잊지 말자!



“너는 자라 네가 되겠지..... 마침내 네가 되겠지.”

내가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할 글귀라고 생각한다. 필사라도 해야겠다.


과거 속의 어린 나에게 얘기해주는 듯 하기도 하고,

나의 아이에게 마치 내가 되뇌어보는 듯 하기도 하다.

마치 작가님이 나인 듯한 착각이 든다.






“그건 절대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엄마가 되고서야 마흔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나는 우리아이의 마음도 물론이거니와,

어린시절 내 안의 어린 아이를 보았다. 이들 두 어린이의 마음을 처음엔 떠올려 보고, 그들의 마음에는 어떤 그림들이 그려지고 있는지 그 비밀을 알아 낼 수 있다면, 어쩐지 이전보다 행복해질 것만 같았다. 정말이다. 더 좋은 양육자가, 더 괜찮은 어른이 될 것도 같다.




이 책을 읽다보면 명작이라 불리는 책들이 소개된다. 이을 통해 어릴 적(어린이) 나를 돌아보게 되기도하고 지금에 나(어른)와 나의 자녀(어린이)를 알아가게 되는 새로운 경험을 한다. 그 명작을 새롭게 읽고 싶어지기도 하고, 아무 생각없이 영화를 감상에 젖어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뒷커버에 있는 글귀마저 놓치기 아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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