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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장군아, 물렀거라!
진시하 지음 / 키위북스(어린이) / 2025년 11월
평점 :
《동장군아, 물렀거라!》 독서 서평
요즘처럼 바람만 스쳐도 찬 기운이 느껴지는 계절에 꼭 어울리는 그림책을 만났어요.
바로 진시하 작가의 첫 그림책 《동장군아, 물렀거라!》입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은 건, 색을 덜어낸 흑과 백의 펜 일러스트였어요.
화려하지 않은데도 묘하게 시선이 오래 머물고,
장면 하나하나에 온기가 스며 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야기는 첫눈이 내린 깊은 밤, 갑자기 들이닥친 동장군 때문에
추위에 놀란 친구들이 하나둘 모이면서 시작돼요.
해태, 청룡, 백호, 주작 같은 석수들이
경복궁의 차갑게 식은 아궁이를 깨워 온기를 되찾는 과정이
마치 한 편의 모험 이야기처럼 펼쳐져요.
아이는 “왜 돌로 된 동물들이 움직여?” 하며 물었고,
저는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이 책이 아이의 상상력을 얼마나 크게 건드리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인상 깊었던 건 아궁이와 온돌이라는
전통적 공간이 ‘따뜻함을 나누는 장치’로 살아 움직인다는 점이었어요
요즘 아이들은 버튼 하나로 보일러를 켜는 게 당연한 세대잖아요.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옛날에는 이렇게 불을 때서
방을 따뜻하게 했어”라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었고,
아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한 장 한 장 집중해서 보더라고요.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과학과 전통,
감성이 함께 들어 있는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읽다 보니 이야기는 결국 ‘추위를 이기는 건 불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마음’이라는 메시지로 닿아왔어요.
돌이 불을 만나 따뜻해지듯,
우리 마음도 누군가의 손길 하나로 충분히 따뜻해질 수 있다는 말이 유난히 오래 남더라고요
아이에게는 “혼자가 아니라 같이 하면 더 따뜻해진다”는 걸,
저는 “삶이 차갑게 느껴질 때도 결국 사람의 온기가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었어요.
책을 덮고 나서 아이가 한 말이 아직도 기억나요.
“엄마, 저 돌들 진짜 착하다. 밤새 춥지 말라고 불 옮겨줬잖아.”
그 한마디에 이 책이 전하고 싶었던 모든 마음이 다 담겨 있는 것 같았어요.
《동장군아, 물렀거라!》는 겨울에 읽으면 더 좋고,
아이와 함께 읽으면 더 따뜻해지는 그림책이에요
화려한 색 없이도 충분히 마음을 데우고,
재미있게 전통과 과학까지 알려주는 책.
추운 계절, 아이와 꼭 한 번 같이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