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 ‘꼭’ 읽어야 할 고전 탐구
김기용 지음 / 사람in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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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책을 읽는 행위와 시간 그 자체로 유익함이 있지만 독서의 질적인 유익을 극대화하면서 시간적 효율성을 고려하여 진행해야 한다면 단연 고전읽기에 우선순위를 두게 될 것이다. 그래서 늘 학생에게나, 성인에게나 권장되는 도서목록에는 고전이 상당부분 포함되곤 하는 것이다.


고전을 국어사전으로 찾아보면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나 예술 작품."이라고 정의 되어 있다. 두산백과에서는 "예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시대를 초월하여 높이 평가되는 문학 예술작품", "오랜 세월에 걸쳐 온갖 비평을 이겨내고 남아서 널리 애독되는, 시대를 초월한 걸작"으로 설명하고 있다.


시대가 달라지더라도 인류가 보편적으로 소중히 여기는 가치, 모두가 고민하는 인생의 화두는 본질적으로는 통하는 것이 있기에 고전을 통해 우리는 과거의 사람들과 공감하고 삶의 의미를 공유하며, 미래를 살아갈 자신만의 가치관을 형성하게 된다. 그래서 고전독서는 늘 우리의 희망사항이 되는 것 같다. 그 희망사항이 실제가 되도록 도와줄 수 있는 좋은 책을 만났다.


"책을 통해 아이들과 웃고 떠들며 생활하는 15년차 초등교사"로 자신을 소개하신 김기용 작가님은 고전이라는 좋은 친구를 아이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어하신다. 그리고 고전을 통해 가치관의 충돌과 융합을 경험하며 사고를 넓히고, 재미를 맛보고, 표현력을 키워가도록 이 책을 통해 그 밑거름을 제공해주신다.



처음 목차를 살펴보았을 때 이 책에 담긴 고전도서의 목록을 보며 비단 초등학생만이 아니라 청소년, 어른에게도 필요한 좋은 고전독서 가이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아이는 이미 초등을 지나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이 책이 탐이 나서 선택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리뷰하는 마음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읽고싶었던 책은 동기부여받는 마음으로 책을 활용하게 되었다. 또 아이에게 권해주고 싶은 고전이 있다면 이 책을 참고하여 그 배경이나 인물, 책의 가치를 소개하며 건네줄 수 있을 것 같다.


그중 어린 시절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던 [모모]를 아이에게 권해보고 싶어서 이 책의 소개를 살펴보았다. 내 기억에는 자세한 스토리보다는 아련한 느낌으로만 남은 [모모]이지만 이 책을 통해 다시 살펴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먼저 책에 대한 한줄 소개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였다. 이렇게 한줄로 각 작품을 표현하는 문장이 눈에도, 머리에도 잘 들어오는 것 같다. 작가 미하엘 엔데에 대한 <작가 소개>와 <줄거리 소개>가 있고 <책의 배경 엿보기>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30여년이 지난 시기에 이 책이 나왔는데 그동안 사회재건, 부강한 나라를 위해 애쓰며 성공지향적으로 달려오느라 시간을 쪼개 쓰다보니 주변을,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당시 사회분위기를 드러내주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모모]의 주제를 "시간의 소중함"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경청"으로 제시하며 정리하고 있다. <고전 속 인생 한 문장> 코너에서는 인생에 교훈이 되거나 기억에 남을 만한 문장을 작품 속에서 가려 뽑아 실어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전으로 생각 넓히기> 코너에서는 작품을 읽고 한번쯤 고민해 볼 만한 질문들을 제시하여 스스로 생각하고 답하며 생각을 넓힐 뿐 아니라 논술까지 대비할 수 있도록 기획하셨다고 한다.


이 책에 소개된 고전들에 대해 살펴보다보면 이름만 알고있던 작품들에 대해서 친절하게 작가, 시대적 배경, 주제 등을 소개해주기 때문에 호기심이 생겨 그 책이 더 읽고싶어지게 되는 것 같다. 또 책에서 제시하는 시사점이라든지, 질문들을 염두에 두고 읽어가다보면 줄거리만 파악하는 독서의 수준을 벗어나 "생각을 넓히는 독서", "삶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독서"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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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화가들 - 살면서 한 번은 꼭 들어야 할 아주 특별한 미술 수업
정우철 지음 / 나무의철학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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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철 도슨트를 알게 된 건 EBS 클래스e에서 진행하던 <미술극장>을 통해서였다. 쉽고 편안하면서도 세련되게 화가의 삶과 작품을 이야기로 엮어주던 그의 해설이 참 매력적이었다. 미술작품에 대해 머리로는 알되 마음으로는 그닥 동하지 않아서 다소 무심했던 내가 미술관에 한번 가볼까...? 하는 마음까지 이르도록 유혹한 최초의 도슨트인 셈이다. 덕분에 그가 추천하는 몇몇 전시회도 다녀왔다. 그래서 "전시회의 피리부는 사나이"라는 그의 별명이 이내 공감, 수긍 되어버린다. 그만큼 그의 해설은 화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더해주어서 관람객으로하여금 빠져들게하는 매력이 있다. 전시회의 피리부는 사나이 정우철 도슨트의 저서들 중에서 단연 가장 사랑받는 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다. 그의 다른 저서들과 더불어 집에 이미 소장하고 있지만 이번 개정판의 표지가 너무나 매혹적이어서 또 다시 손을 내밀고 말았다. 표지부터 벌써 마음이 훈훈해지는 마법의 책.


"그림은 화가의 언어입니다. 화가가 살면서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에 따라 그의 언어는 달라집니다. ... 그들의 인생을 따라가는 것은 어쩌면 그 화가의 언어를 배우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 프롤로그 중에서

정우철 도슨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서 화가들의 언어를 조금이나마 배우고 그들의 작품에 대한 이해에서도 한 뼘 자라게 된 것 같다. 또 이 책을 통해 케테 콜비츠나 알폰스 무하, 베르나르 뷔페를 알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화가들의 삶을 다정한 시선으로 들여다보게 해주고 또 아직은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좋은 화가들에 대해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있다.


1장 사랑, 오직 이 한 가지를 추구했던 화가들

유한한 삶에서 변치 않는 사랑을 바랐던 마르크 샤갈

색채의 혁명가, 야수파의 창시자 앙리 마티스

매 순간 불타올랐던 보헤미안 예술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민족을 위해 그림을 그렸던 프라하의 영웅 알폰스 무하


2장 자존,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해 모든 시련을 감수한 화가들

고통으로 그려낸 의지의 얼굴 프리다 칼로

과거와 현대를 동시에 간직한 모순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물랭루주의 밤을 사랑한 파리의 작은 거인 툴루즈 로트레크

자신만의 시선으로 현실과 투쟁을 기록한 케테 콜비츠


3장 배반, 세상의 냉대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화가들

원시의 색을 찾기 위해 인생을 걸었던 폴 고갱

죽음으로 물든 파리의 민낯까지 사랑한 베르나르 뷔페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본 비운의 천재 나르시시스트 에곤 실레


사랑/ 자존/ 배반이라는 3가지 테마로 구성된 화가들의 삶 가운데 나에게 가장 인상깊게 남은 부분은 케테 콜비츠의 작품들이다. 케테 콜비츠는 전쟁과 죽음, 상실과 가난 등 현실의 고통을 그에 가장 잘 어울리는 판화로 묵직하면서도 생생하게 표현해낸다. 판화로 표현하는 것에는 한계가 느껴질 법도 한데 그의 작품은 깊은 우물 같아서 쓰라린 아픔, 호된 질책과 더불어 위로와 희망을 퍼올리게 한다. 예술의 목적이 그저 아름다움의 추구에만 있다면 대중의 공감을 얻어내고 오래도록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그래서 콜비츠는 억압당하는 약자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작품을 통해 전쟁을 반대하고 억압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전쟁을 통해 아들과 손자를 잃은 어머니인 콜비츠에게 예술은 적극적인 사회 참여이자 반전운동이었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공감과 위로였다.


뷔페 신드롬을 일으킬만큼 인기를 누렸던 베르나르 뷔페 또한 전후 프랑스인들의 피폐한 내면을 그림으로써 대변해준 화가이다. "구상의 왕자"로 불리는 뷔페는 직선의 사용에 능숙했고 세상을 직선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렇게 표현된 그의 작품들은 쓸쓸하고 공허하기가 마치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파리의 민낯과 같았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을 것이다. 폭발적인 인기가 사그러들고 평론가들의 질투와 터무니없는 비판의 시기를 지나면서 뷔페는 이또한 그림을 통해 표현했고, 말년에 파킨슨 병으로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시기가 다가오자 죽음에 대한 작품 24점을 남기고 생을 마감한다. 뷔페의 작품은 쓸쓸하면서도 조금의 따뜻함, 연민이 묻어나는 것 같다.

노년에 그의 아내 아나벨이 왜 평론가들의 비난에 반박하지 않았냐고 질문하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그럴 필요가 없었어. 나를 향한 비난이 나를 더 훌륭한 예술가로 성장시켜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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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100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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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모자란 시간과 싸우는 절박함, 중요한 얘기를 꼭 전하고자 하는 절박함이 담겨있다. 폴은 의사이자 환자로서 죽음을 대면했고, 또 그것을 분석하고, 그것과 씨름하며,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는 사람들이 죽음을 이해하고 언젠가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게 돕고 싶어했다. 삼십대에 죽는 것은 이제 드문 일이지만, 죽음 그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니다. ... 그는 의사라는 열정적인 사명에서 벗어나 다른 사명을 갖게 되었고 남편에서 아버지가 되었으며, 물론 마지막에는 삶에서 죽음으로 나아갔다."

- 에필로그, 루시 칼라니티


폴 칼라니티는 영문학과 뇌과학, 그리고 의학을 전공한 전도유망한 신경외과 의사이다. 그러던 그가 신경외과 의사로서 성공가도에 들어서기 시작할 무렵 폐암진단을 받게된다. 그리고 얼마 남지않은 생을 의사로서, 환자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최선을 다해 마무리해간다. 그리고 그 과정을 담담하게 기록하여 남긴 것이 이 책이다. 이 책은 언젠가는 반드시 죽음을 마주해야하는 우리 모두를 위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가만히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폴이 죽음으로 나아가는 혹독한 여정을 함께하며 그 여정 또한 삶의 일부이며, 죽음은 실패가 아니라 삶의 완성임을 깨닫게 한다. 그렇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감상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이것이다. "죽음은 삶의 완성이다." 죽음이 다가올 때 죽음의 그림자가 주는 덫에 사로잡히지 말고, 삶의 완성을 향하여 나아가는 생의 태도를 고민하라고 폴은 안내하고 있다. "그가 희망한 것은 가능성 없는 완치가 아니라, 목적과 의미로 가득한 날들이었다." (에필로그에서) 죽음의 그림자가 주는 고통과 두려움을 피하지않고 용감하고도 품위있게, 또 진실하게 죽음을 직면하려는 한 인간을 지켜보며 묵직한 감동과 여운을 느끼게 되는 책이다.


"내 인생의 한 장이 끝난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책 전체가 끝나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나는 사람들이 삶의 과도기를 잘 넘기도록 도와주는 목자의 자격을 반납하고, 길을 잃고 방황하는 양이 되었다. 내 병은 삶을 변화시킨 게 아니라 산산조각 내버렸다." 148쪽


"암 진단을 받기 전에 나는 내가 언젠가 죽으리라는 걸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언제가 될지는 알지 못했다. 암 진단을 받은 후에도 내가 언젠가 죽으리라는 걸 알았지만 언제가 될지는 몰랐다. ... 죽음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죽음 없는 삶이라는 건 없다." 161쪽


"나는 내 삶의 모든 문장에서 주어가 아닌 직접목적어가 된 기분이었다." 172쪽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기만 하면 앞으로 할 일은 명백해진다. 만약 석달이 남았다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이다. 1년이라면 책을 쓸 것이다. 10년이라면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하는 삶으로 복귀할 것이다. 우리는 한 번에 하루씩 살 수 있을 뿐이라는 진리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하루를 가지고 난 대체 뭘 해야 할까?" 193쪽


"모든 사람이 유한성에 굴복한다. 이런 과거완료상태에 도달한 건 나뿐만이 아닐리라. 대부분의 야먕은 성취되거나 버려졌다. ... 그러나 절대 미래를 빼앗기지않을 한 가지가 있다. 우리딸 케이디. "2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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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한 독서 - 안나 카레니나에서 버지니아 울프까지, 문학의 빛나는 장면들
시로군 지음 / 북루덴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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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부터 마음이 이끌렸다. 요즘 나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서이다. 책을 좋아하고 자주 보는 편이지만 독서는 나에게 늘 그렇다. 너무나도 넓고 깊어서 막막하다는 느낌. 딱히 부정적인 의미로는 아니지만 책이라는 걸 이렇게 무작정 읽어가는게 맞는 걸까 하는 마음일 때가 많다. 15년간 독서하면서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있다는 저자, 시로군의 이 책을 통해 뭔가 막막한 나의 독서인생에 전환점을 찾을 수 있으려나... 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열었다. 그런데 프롤로그에서부터 시로군 또한 독서가 막막하다는 진솔한 고백을 읽으며 위로와 공감까지 얻게 되었다.

"어쩌면 책이란 물끄러미 보면서 쓸데없는 생각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눈앞의 페이지는 머릿속 생각을 펼쳐놓는 일종의 화폭이나 스크린 같은 것이고 말이다."

"중요한 것은 책을 펼치고 덮는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이다. "책에는 쓰여 있지 않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읽는 일은 바로 그러한 반복, 일견 무익해 보이는 반복을 통해 비로소 가능해질 테니 말이다."

[막막한 독서]를 통해 엿보는 시로군의 독서 방식은 참 매력적이고 도전적이다. 작가의 여러 작품들을 연결하여 꼼꼼히 살펴보기도 하고, 작품 속 인물과 작가의 인생을 비교대조하여 감상/해석하기도 하며, 작가에 대한 여러 비평가들의 다양한 분석을 참고하기도 한다. 독서를 매우 깊게 그리고 넓게 그야말로 종횡무진하며 작가, 작품, 시대, 비평 등을 아우르며 작품을 제대로 음미하는 그의 독서방식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스스로는 그만한 수준으로 읽고 감상하지는 못할지라도 시로군의 글을 통해 감상하는 이 시간만으로도 내가 이미 충분히 멋진 독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시로군의 독서록을 읽어가다보면 갑자기 (전혀 내 취향이 아닌) [돈키호테]를 읽어보고싶은 마음이 올라오고, 카프카라는 작가에 대해 진지한 관심이 생기며,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또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던 작가, 발자크와 체호프에 대해 꽤나 매력적인 소개를 받게 된다. 연봉 30파운드로 자존심과 생계를 지켜낸 [제인 에어]를 버지니아 울프가 추구했던 독립적인 여성상의 관점으로도 살펴보게 되고, 전혀 소녀적이지 않았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콧의 삶과 비교하여 [작은 아씨들]을 살펴보면서 선입견에 가려져 보지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들을 왜 읽어봐야하는지도 수긍하게 된다.

68쪽 발자크

"[골짜기의 백합]은 '별을 보면 회초리를 맞는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소설이다.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 낭만주의 시대에서 사실주의 시대로 넘어가는 시대적 변화로 해석

142쪽 체호프

"한편, 두 소설을 통해 체호프는 이야기의 의의, 소설의 의의를 묻는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소설을 읽고서 거기서 삶의 교훈이나 깨달음이 될 만한 주제를 끌어내 설파하려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란 재밌거나 신기하면 그만이다."

216쪽 루이자 메이 올콧

"루이자 올콧은 여성의 상상력은 '마녀의 저주'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여성에게 문학적 상상력이 있어도 그를 실현할 방법이 극히 제한된 시대였으니 자신의 재능이 저주로 여겨졌을 법도 하다."

또 번역에 대해 꽤나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여서 한 작품에 대한 다양한 번역의 느낌을 비교해서 보여주고, 번역이라는 또 다른 창작과정에 대한 견해들이 인상깊다. 나 또한 고전문학작품을 고를 때면 이미 다양한 번역서가 존재하기에 상당히 고민하는 편이다. 출판사별 작품들을 미리보기로 하나 하나 살펴본 후 내가 느끼기에 가장 자연스럽고 가독성이 좋은 버전으로 선택하려고 애를 쓴다.

그런 나에게 시로군이 우리말로 자연스러운 번역이 최선으로 여겨지지만 때로는 아닐수도 있다는 점, 우리말로 자연스럽다는 것은 그만큼 외국어로서의 그 작품의 원래 말 맛이 사라졌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 것이 새롭게 다가온다. 번역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최선의 번역본을 찾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톨스토이 문체의 이러한 특징(의도적인 거친 표현과 문구)이 영어 번역자들에게는 '고치고 다듬어야 할 결점'으로 받아들여진 면이 있다... 좋은 번역이라고 생각한 것이 사실은 작가의 고유한 문체를 깎고 수정한 결과일 수도 있다." - 49쪽

"이 세계에는 원문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번역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존재하는 건 원문과 번역 둘 다이다. 그리고 둘 사이의 '사이공간'이 존재한다. 산시로는 원문과 번역 그리고 그 사이공간까지 세 지점을 모두 보는 셈이다." - 317쪽

시로군의 독서록이나 다름 없는 [막막한 독서]를 읽으며 독서가 얼마나 넓고 깊어질 수 있는지를 간접경험할 수 있었다. 그저 읽어나가기에 급급한 독서라고 치부하기엔 아쉽지만 아무튼 다소 조급하고 가벼운 나의 독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많은 자료와 관점을 얻을 수 있었다.

어느덧 독서가 진부해진 사람이라면 이 책은 독서에 대한 보다 높은 수준의 도전과 매력을 제공해 줄 것이다. 또 이미 읽은 고전들에 대해 좀 더 새롭고도 깊이 알고싶은 사람이라면 더욱 추천할 만하다. 이미 알고 있는 작품의 면면들을 다채롭게 다루어 마치 새로운 작품처럼 내 앞에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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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대화력 - 엄마의 말투가 결국 해내는 아이를 만듭니다
허승희 지음 / 체인지업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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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법추천도서, <엄마의 대화력>


처음 <엄마의 대화력>이라는 이 책에는 어떤 내용이 있을지 궁금해서 살펴본 목차에서 아이의 기질과 성향에 따른 "육아대화법"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프롤로그에서 양육은 예술과 같아서 창의적인 태도와 영감이 필요하며,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내 아이의 기질과 성향을 이해하여 꼭 맞는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는 내용이 마음에 와닿았다.

"(우리 아이의 기질과 성향을) 올바르게 이해했다면 육아의 무게는 조금씩 가벼워지고,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테니까요."


PART1 모든 아이에게 통하는 육아법은 없다

1. 가능성의 씨앗 확인하기

2. 기질에 관한 다양한 관점


PART2 우리에겐 맞춤형 대화가 필요합니다

1. 자그마한 폭군을 타고난 리더로(빨강이)

2. 비글미 넘치는 아이를 분위기 메이커로(파랑이)

3. 느려도 경주에서 이기는 슬로우 스타터로(노랑이)

4. 겁쟁이지만 누구보다 섬세한 예술가로(보랑이)


PART3 영재교육원 부수는 엄마표 공부대화

1. 이겨야 사는 아이, 빨강이 공부시키기

2. 무엇보다 신나는게 최고, 파랑이 공부시키기

3. 기다림으로 만드는 단단함, 노랑이 공부시키기

4. 나만의 속도 유지하기, 보랑이 공부시키기


에필로그


PART1에서는 기질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려주며 그 중 오아시스(O.A.S.C) 기질성격유형검사를 소개하고 있다. 오아시스 검사는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인내력이라는 4가지 특성을 조합하여 파악하는 기질성격검사이다. 이에 따라 O(Obstinate, 굳센) 유형/ A(Active, 활동적) 유형/ S(Steady, 꾸준한) 유형/ C(Careful, 조심스러운)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또 이를 파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체크리스트도 수록되어 있어서 내 아이의 성향을 바로 점검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저자가 미리 기술한대로 사람은 정확하게 어느 한 유형의 기질에만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한두가지 유형이 섞여있기도 하다. 역시나 내 아이들도 정확하게 한가지 유형에만 속하지는 않았지만 어느정도 파랑이(둘째), 노랑이(첫째)와 유사한 기질로 파악이 되었다. 이런 과정 자체가 의미있었고 내 아이에게 맞는 육아법에 한걸음 다가가는 과정인 것 같다. 저자가 강조한 것처럼 기질은 고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조화롭게 활용해야 한다는 것, 아이의 약점보다는 강점에 주목하고 발전시켜주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숙지하게 되었다.


PART2에서는 파악된 기질을 바탕으로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아이의 성향에 맞는, 의미있고 효과적인 대화를 전개해 갈 수 있을지를 예시를 통해 전달해주고 있다. 그 중 우리 아이의 기질에 맞는 부분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지혜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각 기질 유형별로 그에 맞는 <맟춤형 행동코칭>이 따로 정리되어있는데 비글미 넘치는 파랑이 같이 둘째 아이에게는 아이의 행동에 즉각, 강하게 반응하기/ 일정표 등 시각자료를 활용/ 때로는 역할 분담으로 책임감 길러주기가 제시되어 있었는데 여러모로 수긍이 되고 좋은 팁을 얻은 것 같아서 뿌듯했다. 상황별, 기질별 구체적인 대화예시가 많아서 "부모의 어휘"를 다양하고도 세련되게 다듬어주어 "엄마의 말연습"에 도움을 주는 것 같다.


PART3에서는 육아의 영역 가운데 학습을 코칭하는 엄마의 역할에 대해 좀 더 집중해서 풀어주고있다. 먼저는 3R 공부대화법을 소개한다. 그리고 각 유형별로 아이가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해준다. 활동적인 파랑이는 전체적인 그림을 이해하는데는 빠르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암기하는데는 약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서 구체적인 질문을 통해 스스로 설명하는 기회를 주면서 학습을 도와주면 좋다. 또 단기 목표, 중기목표, 장기목표를 시각화하여 동기부여하는 과정도 보여준다. 나와는 다른 기질 파랑이, 둘째를 동기부여하는게 쉽지않았는데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저자가 네 자녀를 양육하며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통해 건진 귀한 경험과 원리들을 이처럼 아낌 없이 나눠주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내 아이를 좀 더 잘 알고싶은 부모, 나와는 또다른 인격체인 내 아이를 좀 더 존중하며 건설적인 대화를 배우고픈 부모, 자녀의 학습을 기질에 맞게 코칭해주고싶은 부모라면 이 책을 통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미자모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엄마의대화력 #허승희 #체인지업북스 #육아법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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