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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보고 싶었다 - 내일 더 빛날 당신을 위한 위로, 나태주·다홍 만화시집
나태주 지음, 다홍 그림 / 더블북 / 2023년 10월
평점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나태주
풀꽃으로 우리에게 친근한 나태주 시인의 따스한 시들이 만화라는 옷을 입고 더욱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선보인다. 만화를 그려주신 다홍 작가는 네이버 웹툰 '숲속의 담'으로 2021 SF 어워드 만화웹툰 부문 대상과 2022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하였다. 나태주 시인의 시들이 드러내는 순수함과 따스함을 만화로 잘 표현해주신 것 같다.
육아로 지친 딸아이가 쉬도록 이불을 덮어주며 어린 손녀와 놀아주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만화는 시작된다. 그 어린 손녀가 인생에서 만나는 크고 작은 일들 속에서 함께 하고 응원하고 다독이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시와 만화를 통해 때로는 흐뭇하게, 때로는 뭉클하게 그려진다.
등교길에서 버스를 놓치고 속상해하다가 다음 버스를 탔는데 빈좌석이 많아 기분이 좋아진 손녀의 모습을 그리며 '다시 중학생에게'라는 시가 소개된다.
사람이 길을 가다 보면
버스를 놓칠 때가 있단다
잘못한 일도 없이
버스를 놓치듯
힘든 일 당할 때가 있단다
그럴 때마다 아이야
잊지 말아라
다음에도 버스는 오고
그 다음에 오는 버스가 때로는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을!
나태주, 다시 중학생에게
잘못한 일도 없이 버스를 놓치듯 힘든 일을 당해 낙심한 이들에게 그 다음 버스가 더 좋을 수도 있다는 따스한 희망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다시 중학생이 된 그 마음으로 인생을 배워가는 지혜를 열어준다.
어느새 청년이 되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힘든 하루를 보낸 손녀를 응원하는 마음이 시와 함께 전해지기도 한다.
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조금쯤 모자라거나 비뚤어진 구석이 있다면
내일 다시 하거나 내일
다시 고쳐서 하면 된다
조그마한 성공도 성공이다
그만큼에서 그치거나 만족하라는 말이 아니고
작은 성공을 슬퍼하거나
그것을 빌미 삼아서 스스로르 나무라거나
힘들게 하지 말자는 말이다
나는 오늘도 많은 일들과 만났고
견딜 수 없는 일들까지 견뎠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셈이다
그렇다면 나 자신을 오히려 칭찬해주고
보듬어 껴안아줄 일이다
오늘을 믿고 기대한 것처럼
내일을 또 믿고 기대하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나태주,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이리저리 치이며 몸도, 마음도 지친 사회 초년생들을 가만히 위로해주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어느새 엄마가 된 손녀와 그 아이를 바라보며 할아버지의 고백처럼 이 시가 실려있다.
...
사람들 인생이 고달프다 지쳤다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가끔은 화가 나서
내다 버리고 싶다고까지 불평을 한다
그렇지만 말이다
비록 그러한 인생이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조금쯤 살아볼 만한 것이 아닐까
...
인생은 여행이다!
더구나 사랑하는 너와 함께라면
인생은 얼마나 가슴 벅찬 하루하루일 것이며
아기자기 즐겁고 아름다운 발길일 거냐
...
나태주,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만화에서 시종일관 할아버지가 따스한 시선으로 손녀를 바라보고 응원하듯 나태주 시인의 시는 그런 마음으로 나를, 삶에 지친 모든 사람들을 다정히 손잡아 일으켜주는 것 같다.
시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 위로와 응원이 필요한 모든 사람, 따스한 할아버지가 그리운 모든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 미자모 카페 서평단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