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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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마음이 동해서 읽기 시작한 책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

121페이지, 중편소설 정도의 분량인데

여운이 남는 책이다.

문장 하나 하나 섬세하게 다듬고 쌓아올려

한편의 시처럼 완성된 소설.

출근 첫날, 최선을 다해 부지런히 버섯을 땄음에도 손이 더뎌 다른 사람들 작업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마침내 라인 끝에 다다랐을 때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잠시 멈춰 작업을 시작한 지점을 돌아보았는데, 거기에서 벌써 새끼버섯이 배양토를 뚫고 올라오는 걸 보고 똑같은 일이 날이면 날마다 여름 내내 반복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p.44, 이처럼 사소한 것들

매일 끝도 없이 반복되는 지리한 일상의 무게에 어느 순간 짓눌리게되는 그 찰나를 절묘하게 잘 표현한 것 같다.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주인공의 심정이 형식적이고 반복적인 일상에 질식해가는 과정...

그러다 마침내 새로운 숨을 얻게된다. 현실이 주는 수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알고 믿는 바대로 용기있게 행동에 옮기기 시작한 그 순간이다.


최악의 상황은 이제 시작이라는 걸 펄롱은 알았다. 벌써 저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있는 고생길이 느껴졌다.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 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p. 121, 이처럼 사소한 것들

옳은 줄을 알면서도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그 일이 <인생에서 가장 최악의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아래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이 책은 아일랜드에서 있었던 일을 기반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아일랜드 정부와 가톨릭 교회가 함께 운영해왔던 막달레나 세탁소나 모자보호소 등에서 수만명의 여성과 아이들이 은폐, 감금, 강제노역을 당했다고 한다. 또한 수많은 아기와 여성들이 죽었다고 한다. 이러한 일들은 1996년에 이르러서야 막이 내렸고 시종일관 침묵하던 아일랜드정부는 2013년이 되어서야 공식사과문을 발표했다고 한다.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고

2022년 오웰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국내에 소설과 영화로 잘 알려진

<맡겨진 소녀>의 작가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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