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 - 오심과 권력, 그리고 인간을 심판한 법의 역사
김웅 지음 / 지베르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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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는 <오심과 권력, 그리고 인간을 심판한 법의 역사>이다. 오랜 세월 검사와 변호사의 일을 해온 저자가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사법제도의 변천사를 통해 적법한 형사소송제도의 중요성을 강조 또 강조한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글솜씨에 매료되어 읽어가다보면 법제도에 대해, 정의에 대해, 인간본성에 대해 인문학적 성찰까지 아우르게 된다. 읽어가면서 최근 사법개혁, 검찰개혁 등이 화두가 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 시점에서 문제만 제기하는 책인지, 문제제기와 더불어 현안을 제시하는 책인지 궁금해졌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검찰의 해체가 아니라 검찰의 수사지휘 강화라는 방향을 내어놓는다. 검찰의 수사지휘가 오류가 없도록 사법체계를 통해 통제하도록 보완하는 것이 올바른 검찰개혁이라는 것이다. 경찰과 사법, 행정과 사법을 중개하는 검찰의 역할을 지지 보완하고 한국형 FBI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시점에서는 독자들마다 의견이 갈릴 수도 있겠다. 다만 저자가 이러한 대안을 제시하는 근거를 단순히 개인적 소견으로서가 아니라 인류역사적 사법제도의 시행착오들을 총체적으로 되짚어본 후에 내린 나름의 결론이라는 점에서는 한번쯤 귀기울여 들어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망치는 빗나가도 고작 수전을 깨뜨리지만, 빗나간 형사사법은 사람의 운명을 깨뜨린다. ...망치와 달리 형사사법제도는 인간의 본성, 본능까지 고려해야 한다. 망치와 달리 형사사법제도는 부정확하게 사용될 때도 대비해야 한다. 

그게 바로 인류가 깨달은 효율성이다. ... 다른 것들과 달리 형사사법제도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죽음 위에 쌓아올려졌다."


다소 복잡하고 많은 시간을 소모시키는 제도, 현대인들이 체감하는 형사사법제도의 비효율성에 대해 저자는 그것이 한편으로는 사법제도의 진정한 효율성이라고 역설한다. 제도적 완성도가 미흡해서가 아니라 권력의 횡포나 대중의 오판으로부터 무고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다소 경직되고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외려 안전하다는 것이다. 특히나 생명을 다루는 형사사법제도는 신속한 결론보다는 바르고 신중한 판결이 더 중요한 때문이다. 


"법은 정의를 위한 것이지만, 때로는 정의를 해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 몽테스키외


법의 시작은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함이었음을 고대법의 정신을 통해 알게된다. 그러나 이때에도 법은 여전히 보복이나 심판의 도구가 되기도 했고 정치적인 수단이 되기도 했다. 법을 해석하고 재판하는 주체가 정치권력일 때의 문제점, 종교권력일 때의 부작용 그리고 대중의 집단적인 오류가 끼어들 때의 폐단을 소크라테스 재판등 여러 사건들을 통해 보여준다. 이 부분에서는 법규 자체보다 그것을 행사하는 주체가 누구이며, 어떠한 절차를 통해 행사하느냐가 법의 정당성을 좌우하게 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법 없이 사는 것이 자유가 아니라, 좋은 법 아래 사는 것이 자유다."

- 존 로크


"헌법은 정부가 국민을 억누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국민이 정부를 억제하기 위한 도구이다."

- 안토닌 스칼리아


여기에서 누가 법적 진실을 밝히느냐에 따라 당사자주의 와 직권주의로 구분되는데 직권주의는 중앙집권적인 대륙법계의 전통으로 이어지고, 당사자주의는 영미법계의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고 점차 서로의 장점을 받아들여 보완 발전해가는 추세이다. 이처럼 법제도는 계속해서 발전해가지만 여전히 오류와 오판은 끊이지 않는다. 이는 인간의 판단에는 자주 감정이나 미신적인 두려움과 같이 비이성적인 요소들이 끼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의 형사사법제도는 인간은 부조리하고 감정적이며 부정확하다는 결론에 근거하여 보완되고 정교화되어가는 것이다. 


사법제도의 역사를 돌아보며 법의 역할에 대해 질문하게되고, 또 앞으로 우리의 사법제도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가늠해보게 하는 면에서 상당히 유익한 책이라고 여겨진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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