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암울했던 시절에 마음 따뜻하게 읽어보았던 [불편한 편의점]의 김호연 작가님 신간이 나왔다 하여 기대와 관심 가운데 이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제목은 [나의 돈키호테].


청명한 하늘 아래 교복을 입은 풋풋한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표지가 싱그럽다. 그리고 책의 뒷면에는 황혼 무렵에 혼자 서서 어딘가를 그리움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는 한 여자의 모습이 담겨있다. 책의 내용을 읽어가다보니 앞 표지의 아이들은 돈아저씨와 함께한 라만차 클럽의 다섯 멤버이고 뒷표지의 여자는 그 중에서도 돈아저씨의 산초역을 자처했던 진솔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진솔은 나름 잘 나가는 예능 피디였지만 억울하게도 자신이 기획한 프로그램에서 제외당하고 만다. 분노와 좌절 가운데 무작정 고향 대전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추억의 돈키호테 비디오와 라만차 클럽을 떠올리게되고 그 중심에 서서 아이들을, 솔이를 따뜻하게 다독여주고 마음이 자라게해주었던 돈아저씨를 생각해낸다. 그러나 아저씨는 그 어디에도 없다. 돈아저씨의 아들 한빈과 솔이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인해 함께 돈아저씨를 찾아나서게되고 진솔은 이 과정을 유튜브로 담아내며 유튜버로 성장하게된다.


돈아저씨는 그 두터운 돈키호테 책을 끝까지 필사할 정도의 광팬이었다. 그리고 그 자신이 돈키호테였다. 아니 돈키호테가 되고싶었다. 그러나 돈아저씨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돈아저씨는 결국 현실의 풍파 가운데 돈키호테의 꿈을 버리고 산초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 산초가 세운 제주의 바라타리아 공화국에서 돈아저씨와 솔이, 한빈은 재회를 하게된다. 이후의 내용들은 창작자 세르반테스가 되는 돈아저씨와 돈아저씨의 산초에서 나름 돈키호테로 나아가는 솔이의 성장과정을 담으며 마무리된다.


책을 읽어가면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내용들이 새롭고 재미있었다. 인간을 극단적으로 두 부류로 나눈다면 '돈키호테형 인간'과 '햄릿형 인간'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사실 나는 '햄릿형'에 가까운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돈키호테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막연한 거리감이 상당하여 호감이 가지는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돈키호테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세르반테스의 생각들을 조금이나마 알아가며 나름 공감하게 되었다. 돈키호테라는 인물과 조금 가까워진 셈이다. 그러다보니 돈키호테라는 작품을 한번 제대로 읽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과거 라만차클럽시절을 회상하며 솔이가 소개해주는 추억의 영화와 책들에서 얻는 재미가 쏠쏠하다. <고양이를 부탁해>를 포함한 와라나고 시리즈부터 가요와 팝송, 아홉살 인생, 어린왕자 등 되새길만한 추억의 소재들이 적재적소에 맛깔스럽게 스며있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은 유난히 다양한 지역적 요소들을 생생하고도 풍부하게 담아내고 있다. 솔이가 도시탐험대 프로그램의 피디이기도 했지만 돈 아저씨를 찾는 과정에서 서울과 대전, 통영, 제주에서 스페인에 이르기까지 대장정을 통해 각 지역의 문화와 지리, 음식까지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김호연 작가의 필력을 확인하게 된다. 소설 한권을 읽었을 뿐인데 각 지역의 맛집과 명소까지 탐방하고 온 듯한 기분이랄까...

아무튼 책과 영화, 작가의 인생, 지역의 문화와 맛기행 그리고 시대별 부조리까지 조화롭게 잘 담아낸 [나의 돈키호테]는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여러 면에서 추억하고 생각하고 또 즐길 수 있는 소설인 것 같다.



* 네이버미자모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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