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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 - 공생하고 공격하며 공진화해 온 인류와 미생물의 미래 ㅣ 묻고 답하다 6
고관수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4년 9월
평점 :
오랜만에 생물학 교양을 듣는 기분이었다. 이게 얼마만에 보는 ATP, 미토콘드리아인가. 약간의 설렘과 함께 후루룩 읽기 시작했다. 생명공학과 역사가 만나니 이것이야 말고 문이과의 아름다운 조화아닌가.
일반적으로 익히 알고 있는 콜레라, 말라리아, 스페인독감 (현재는 특정 지역이나 민족, 종교 등에 부정적 낙인이 찍힐 수 있는 이름을 쓰지 않도록 권고한다), 황열병, 결핵 등이 어떻게 발생하였고 전염되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미생문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이 보기에 다소 전문적인 용어가 다분하지만 역사와 함께 구성되어있다보니 읽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covid 팬데믹 때 언론에서 보고 들었던 전문용어들이 등장할 때는 반갑기도 했다. BTS의 세렌디피디의 푸른곰팡이 언급도 놀라웠다. 그 노래 들으면서 가사가 아주 신선하다고 생각했는데 페니실린 챕터에 등장한다.
인상적인 부분은 모든 나라가 남에게 미루고 싶어 했던 질병이었다는 매독에 관한 것이다. 프랑스는 이탈리아 병, 이탈리아, 독일, 영국은 프랑스병, 네덜란드는 스페인 병, 일본은 포르투갈, 중국 병, 조선은 중국, 일본, 서양 병, 모든 나라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매독을 피하고자했던 것이 느껴졌다.
각혈하고 창백해지는 탓에 낭만적인 병이라고 여겨졌던 결핵이 실체가 밝혀지자 꺼려하는 질병이 되었다는 것, 볼리비아 입국시 황열병 백신 접종 증명서가 필수라 맞았는데 황열병이 모기가 전염시킨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는 알고 있었는데 정말 백해무익한 모기다. 생물 다양성의 입장에서 모든 생명은 존귀하다지만 여전히 모기의 존재의 의미는 모르겠다. 올여름이 너무 더워서 모기조차 살 수 없어서 온도가 떨어지는 가을에 성행할 것이라는 예측이 더욱 두려워졌다.
마지막으로, 아기 때부터 나의 원픽 우유, 파스퇴르가 생각보다 더 대단한 업적을 남겼다는 것이 놀라웠다. 역시 과학이 최고야. 이과 만세!
*정체를 알게 된 후로 결핵은 가장 대표적으로 꺼림칙하게 여기는 ‘계급화된’ 질병이 되었다. 우리는 아직도 그 영향 아래서 살고 있다. 산업화도 결핵도.
*조현병, 자폐스펙트럼과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상관관계, 알츠하이머, 파킨슨 병에 이르기까지 세균의 분포가 여러 대사 및 신경질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속속 확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