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악보, 모두 다른 음악.클래식 연주를 들을 때 드는 의문이 있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작곡가가 남긴 악보는 한 가지인데 어떻게 연주하는 사람마다 다를 수가 있지? <피아니스트를 위하여>의 미켈란젤리 파트에서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악보로 기록된 약속을 정확히 지켜서 연주해야 하는데 어떻게 연주자들마다 다른 결과물이 나오냐. 저자는 ‘해석’을 언급하며 단지 기호에 불과할지 모르는 음표들만으로는 위대한 예술의 완벽한 재현은 불가능한 것인지 의문을 던진다.이 책은 20세기 피아니스트에 대한 이야기다. 너무나 친숙하고 위대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라흐마니노프와 피아노를 위해 태어난 것 같은 루빈스타인, 영화 제목에 등장했던 블라디미르 호르비츠, 바흐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글렌 굴드까지 익숙한 피아니스트들의 이야기는 반갑고 따뜻했다. 다른 클래식 악기에 비해 눈에 띄는 피아니스트는 러시아 출신이 많고 현재 활동하는 피아니스트도 러시아인이많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다. 한국의 양궁과 쇼트트렉이 러시아의 피아노, 발레와 비슷한 느낌인가.러시아 출신의 어마어마한 피아니스트들과 치프라, 대라초라, 아라우, 프리드리히 굴다 등 러시아가 아닌 다양한 국가의 피아니스트도 등장한다. 서두에 언급한 같은 악보를 피아니스트들마다 어떻게 해석해서 연주하는지 비교해서 들어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피아니스트의 마스터피스라는 주제로 큐알코드가 있다.책을 읽으면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이다. 대가의 마스터피스가 올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기대한다. 알면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하던가. 피아니스트에 대해 자세히 알수록 사랑에 빠지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조성진과 임윤찬도 이 피아니스트들의 대열에 함께 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