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사회에는 없고 인간에게는 있는 수많은 능력들이 있다. 우리를 덜 우울하게 만드는 능력들이다. 상상력과 호기심, 다른 사람을 덜 수치스럽게 하는 배려, 대가를 바라지 않는 헌신적인 사랑, 남들이 알아주든 말든 개의치 않는 고독한 열정, 내가 이러면 안 되지 하고 자제하는 마음・・・ . 그래서 세상은 아침에 눈뜨고 일어날 만하다. 페소아 시인의 말처럼 인간적인 것은 모두 내 마음을 움직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들 속에는 슬픈 세상에 깃든 인간의 이런 사랑스러움이 없었던 적이 없고 내 눈에는 이런것들이 아주 아름다워 보인다. - P44
가장 이상적인 인물
(너무 많지만…) [일리아드]의 헥토르. 헥토르는 아킬레우스와 맞서기 전에 아내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 것은 당신이오. 그리스인들이 당신을 슬프게 할까봐. 당신은 살기 위해서 뭐든지 해야 할 텐데.
당신이 남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내가 지켜줘야 하는데, 나마저 죽으면 당신도 많이 울 텐데.…."
그렇게 아내와 작별한 그는 트로이 성벽을 앞두고 아킬레우스와 결투를 한다. 아마 햇살이 뜨거운 날이었을 것이다. 그는 두려웠고 고독했으며, 자신이 패배할 것과 트로이는 멸망할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순간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싸우지 않고 그저 죽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다. 다음 세대들이 볼 수 있는 무엇인가를 나는 완성할 것이다. 나는 싸우고 사랑하다가
"죽어갈 것이다." 그는 그렇게 했다. 햇살과 먼지, 고독 속에서 미래를 위해 뭔가 하려는 사람은 내게는 모두 헥토르로 보인다. - P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