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녘의 산 위로 떠오르는 해가 드러낸 세상은 한 사람이 가슴에 품기에는 너무도 광활하고 적대적이어서 젊은 몰이꾼들은 고향 집과 그 집 부엌의 화덕, 어머니의 목소리, 학교의 외투 보관실, 쉬는 시간에 놀러 나온 아이들의 환호성 같은 기억에 매달렸다. 그러다가 고개를 꼿꼿이 들고서, 그들은 버려진 채 비바람에 시달리는 통나무 오두막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곳은 여름이면 들에 떠도는 말들이 잠시 그늘을 찾아 머무는 쉼터이자, 오래전 그들과 비슷한 처지였을 남자가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하고 등진 집터였다. 도로가 가시철사 울타리 근처에 이르러 굽이진 곳에는 총알구멍이 숭숭 뚫린 녹슨 표지판이 서 있었고, 그 표지판을 보면 이제는 생산되지 않는 씹는 담배를 입에 넣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대열 맨 앞, 안장 머리 위로 몸을 숙이고 말을 모는 사람은 숙소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인부였다. 희끗희끗한 머리에 주름 진 얼굴을 한 그 역시 한때는 젊은 몰이꾼들처럼 꿈꾸었을 것이다. 보금자리를, 땅 몇 뙈기, 집, 소 몇 마리, 푸르른 들판, 아내로 삼을 여자를, 그리고 어쩌면, 아이도. - P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