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누군가 행복을 차지하게 되었다면 왜 그걸 포기해야 하지요? 뒤로 돌아갈 수는 없는 법이에요!"
"조"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너는 행복이 가전제품들이나 난방, 텔레비전 같은 것에서 나온다고 믿고 있어.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너는 단지 엄청나게 많은 모터와 기계 장치들에 얽매여 있을 뿐이야. 그래서 전깃줄에 약간의 문제만 생겨도 집이 온통 멈춰 버리지. 그런데 여기서는 아무것도 절대 멈추지 않아. 생각해 봐. 약간의 휴가가 필요해. 진보가 너를 노예로 만들고 있어. 그런데 여기서 너는 자유야"
"여기서는 동굴 시대로 돌아갈 뿐이에요!"
조가 대꾸했다.
"텔레비전도 없고 트랜지스터 라디오도 없다면 저녁엔 도대체 무엇을 하죠?"
"귀뚜라미나 개구리 소리를 듣지. 게다가 그 녀석들은 유명한 가수보다도 노래를 더 잘 불러.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그 음악이 만약 네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이 주변에는 꾀꼬리들이 있으니까 사색을 즐길 수도 있을 거야." - P70

나는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있었는데, 슬리퍼를 벗어던지고 맨발로 땅을 디뎠다. 그 촉감은 내 어깨 위에서 반세기의 세월을 덜어 주었다. - P73

휘파람 소리를 들었지만 대답할 수 없었네. 이제 숨이 차니까 말이야. 누구든지 각자 어려움이 있는 법이지."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다.
‘그래도 아버님은 저보다 덜할 겁니다. 아버님은 제 세계로 들어올 필요성을 못 느끼지만, 저는 아버님의 세계로 들어갈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이지요.’ - P75

"아주머니! 지금이 1965년이라는 걸 모르세요? 여자들이 수만 명의 노동자가 일하는 공장을 감독하고, 아주 중요한 과학적 발견들을 하고, 바다 위로 배를 운전하고, 우주 공간에서 우주선을 조종한다는 걸 모르세요? 게다가 ‘아저씨‘ 없이도 그 모든 것을 해요. 요즘은 여자들이 권리 평등, 자립, 독립을 쟁취했다는 걸 모르나요?
"물론 나도 알아. 나도 신문은 읽는단 말이야."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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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시오나리아를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명백하고도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나 파시오나리아는 이제 결혼했으니 남편을 따라가야 한다고 대답했다.
"법률은 네가 부부의 지붕 밑을 떠나는 것을 금지하지만, 부부의 자동차를 떠나 네 아빠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금지하지는 않는다."
파시오나리아는 남편의 자동차도 부부의 지붕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게다가 그 차는 오픈카가 아니라 엄연히 지붕이 있었다. - P52

"마르게리타, 나는 대중가요 스타들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 아니야. 나는 광적인 열광을 문제 삼고 있어. 하지만 그건 스타들의 열광이 아니야. 스타들은 자기 직업을 수행하고 있고, 대부분 잘하고 있어. 내가 문제 삼는 건 텔레비전이 창조해 낸 새로운 종교야. 그것은 바로 스타 숭배로 이해되는 광적인 열광이지" - P62

우리는 옛 필로메나 할머니 집으로 갔다. 높다란 산울타리 사이로 난 농장의 자갈길 위로 부유하는 먼지의 영광 속을 항해하면서 왼쪽, 오른쪽으로 자갈을 튀기는 엄청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나는 그 집이 기억 속 그대로인 것을 발견했다. 다만 나무들이 좀 더 늙고 좀 더 야생적이었으며, 노란색이 약간 바랬을 뿐이다. 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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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천천히 돌아가려고 저녁까지 자전거 일주를 하는 여름날이 좋았다.

삼촌이 조용해져도 나에겐 다른 이야기가 있었다.
밤에는 침대 속으로 들어가 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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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물었다.
텔레비전이 잘 안 나오나요?
"잘 나와요."
그녀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여러분은 내가 격리해야 할 나병환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해요. 나도 여러분과 함께 텔레비전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난 대화를 좋아해요."
그렇게 해서 ‘활력소‘는 언제나 우리 가족과 함께 텔레비전을 시청했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나는 이 말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 우리가 피고용인의 가장 중요한 권리를 부정하는 반사회적 이기주의자들이라고 누군가 비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P32

"조,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그 불쌍한 아기에 대해 왜 그렇게 신경 쓰는 거야?
"아주머니, 만약에 내가 어린 딸을 여기로 데려와서 아주머 니 집 안을 울음소리, 젖은 기저귀, 온갖 정신없는 것들로 가득 채운다면 좋겠어요?
"별로 좋지 않겠지."
"내 딸이 아주머니에게 달갑지 않다면, 아주머니의 손자 또한 내게 달갑지 않아요. 아주머니의 손자가 내 딸과 비교해서 뭐 특별한 것이 있나요? 계급의 특권과 관련되는 건가요? 어쨌든 한 가지는 분명해요. 내 딸은 세례를 받을 때 백만장자보다도 훨씬 더 옷을 잘 입었어요. 그리고 분명히 말해 두지만, 첫 영성체를 받을 때에는 이 고장 전체가 질투할 정도로 멋진 옷을 입힐 거예요. 비록 20만 리라를 쓴다고 하더라도 말이에요" - P38

딱 알맞은 순간에 알베르티노와 파시오나리아가 늙지 않도록 만들고, 언제나 여덟 살이나 열 살에 머무르게 만들어 내 곁을 떠나지 못하도록 막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으니 내 잘못이라고 말해야 할까? 만약 그랬다면 마르게리타도 자동적으로 영원히 젊음을 유지한 채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사실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왜나하면 작가가 창조한 등장인물은 언제나 다른 희극을 공연하는 늘 똑같은 꼭두각시 인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두각시 조종자를 언 제나 젊은 상태로 유지하는 일은, 비록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어려운 일이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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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동물을 사랑했다. 할아버지는 개집 위에다 커다란 팻말을 못으로 박아 두었는데, 그 팻말에는 ‘인간을 더 많이 알게 될수록 동물을 더 사랑하게 된다.’ 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할머니는 단지 동물을 존중할 뿐이었다.) - P10

(할아버지는 자신만의 인간 삼위일체를 갖고 있었으며 이를 신성한 삼위일체인 양 존경했는데, 그것은 바로 만초니, 베르디, 나폴레옹이었다. 그는 생애 단 한 번 외국에 나가 보았는데, 바로 파리였다. 파리의 리옹 역에 도착한 할아버지는 택시를 타고 앵발리드 기념관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나폴레옹의 무덤에 헌화를 한 다음 곧장 택시를 타고 파리를 완전히 무시한 채 리옹 역으로 돌아갔다.) - P13

제2차 세계 대전이 터지기 전에 있었던 일이다. 할아버지는 몇 년 전부터 밀라노에서 일하고 있는 ‘그 녀석‘을 만나러 가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아가씨가 문을 열어 주었고, 할아버지는 아들이 나타나자마자 물었다.
"저 여자는 누구냐?" 아들은 대답했다.
"제 아내예요"
그리고 모든 것이 거기에서 끝났다. 아들의 말에 의하면, 자신의 부모가 자기에게 알리지도 않고 결혼했으니, 자신도 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결혼할 권리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 녀석은 자기 어머니에게는 미리 결혼 소식을 알려 주 었지만, 자신과 어머니 사이의 비밀로 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그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결혼 소식을 말하기가 부끄러웠던 것이다. 바로 수줍음 때문이었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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