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비추는 커다란 달이 진입로를 지나 저 멀리 거리까지 우리가 갈 길을 분필처럼 표시해 준다. 킨셀라 아저씨가 내 손을 잡는다. 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힘든 기분이지만 걸어가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에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 P69

"이상한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란다." 아저씨가 말한다.
"오늘 밤 너에게도 이상한 일이 일어났지만, 에드나에게 나쁜 뜻은 없었어. 사람이 너무 좋거든, 에드나는 남한테서 좋은 점을 찾으려고 하는데, 그래서 가끔은 다른 사람을 믿으면서도 실망할 일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라지. 하지만 가끔은 실망하고."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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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끔 속삭인다. 우리 둘 다 말이 없다. 가끔 사람들이 행복하면 말을 안 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 생각을 떠올리자마자 그 반대도 마찬가지임을 깨닫는다. - P28

물은 정말 시원하고 깨끗하다.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가 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맛이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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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가 내 어깨에 팔을 두른다. "넌 너무 어려서 아직 모를 뿐이야."
이 말을 듣자마자 나는 아주머니가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다는 사실을 깨닫고, 집으로 돌아가서 언제나처럼 모르는 일은 모르는 채로 지내고 싶다고 생각한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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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저 밖에 나가서 일하고 싶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빠가 나를 여기 두고 가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지만 내가 아는 세상으로 다시 데려가면 좋겠다는 마음도 든다. 이제 나는 평소의 나로 있을 수도 없고 또 다른 나로 변할 수도 없는 곤란한 처지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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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남성성의 역사와 현주소는 여성에 대한 손상과 모독에 바탕을 두고 있다. 따라서 한결 유익한 남성성이란 많은 비서구권 문화에서 오래전부터 그래왔듯 여성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이어야 한다. [캐나다] 원주민 극작가 톰슨 하이웨이Tomson Highway는 1994년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남성은 여성과 그 밖의 모든 것을 지배합니다. 저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를 논박하는 데 보탬이 되 고 싶습니다. 인류가 끊임없이 지구를 파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존재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이 지 점에서 인도 철학과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철학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알려준다고 생각합니다. 지구나 만물의 근원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가능성을 터득 한다면, 우리가 미래 세대를 위해 지구를 보존할 수도 있다는 거죠. 제 희곡이 여신의 귀환, 즉 남성형 신의 추방과 동시에 여성형 신의 정립을 그토록 많이 이야기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저는 이 주 제를 되도록 간명하게 다루려 합니다. 이런 시도는 여성의 주권을 여성 스스로에게 되돌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모름지기 ‘남자‘라면 [본디 여자들에게 주어진 공간을 넘볼 게 아니라] 자기 자리 밖으로 나오지 말아야죠. - P94

내게 해를 가 한 남자들의 기를 세워주거나 그들을 비호한 여자들이, 혹은 내게 쏟아진 폭력을 침묵 속에서 지켜보기만 한 여자들이 두렵다. 나는 남성적 특질을 제 것으로 받아 들인 여자들이, 디너파티에서 만난 나를 복종시키고 침묵시키려 하는 여자들이 두렵다. 나를 범죄자로 취급함 으로써 끝끝내 남성 탈의실을 쓰게 하는, 나를 희생해 자신들의 편안함을 우선시하려는 여자들이 두렵다. 자신이 겪은 여성혐오를 너무도 깊숙이 내면화한 나머지 나를 샌드백으로 삼으려는 여자들이 두렵다. 여느 남자들처럼 내 대명사를 거부하고 내 여성성을 한사코 부정 하는 여자들이 두렵다.


그러나 나는 무엇보다 도 다음의 이유로 여자들이 두렵다. 자매애나 연대감 allyship, 아니 다만 남자들의 위협으로부터의 보호조차도 다른 여자들에게 전적으로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 P98

당신의 두려움은 나뿐만 아니라 당신에게도 아픔을 준다. 그 두려움은 어떤 존재라도 될 수 있는 당신의 잠재력을 제한한다. 너무 여성적이라는 이유로, 혹은 너무 남성적이라는 이유로 당신이 얼마나 자주 외모와 행동, 그리고 감정에 대한 열망을 내팽개쳐왔는지 떠올려보라. 내 경우까지 갈 것도 없이, 무엇이 여성적이고 무엇이 남성적이라는 사고방식을 스스로에게 강요하지 않았더라면 당신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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