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에는 호수를 내다볼 때마다 호수 바닥의 위치가 다른 호수들보다 훨씬 높은, 산기슭 높은 곳에 있는 호수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해가 뜨자 호수는 밤새 걸치고 있던 안개 옷을 여기저기 벗어던지고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거나 매끄럽고 맑은 수면을 드러냈으며, 안개는 마치 비밀 야간 집회를 마치고 해산하는 유령들처럼 사방으로 흩어져 숲 속으로 사라졌다. 호숫가 나무에 영근 아침 이슬은 산기슭의 나무에 매달린 이슬처럼 유달리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듯했다. - P129

’세상에서 유일하게 행복한 사람들은 광활한 지평선을 마음껏 누리는 사람들‘ 이라고 말했다. - P131

"매일 자신을 새롭게 하라, 다시 새롭게 하고 새롭게 하며 영원히 새롭게 하라." - P132

인간이 의식적인 노력으로 자신의 삶을 고양시킬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은 의문의 여지가 없으며 그 무엇보다도 나를 고무한다. - P134

우리가 실체만을 주시하고 그 실체를 우리가 아는 사실과 비교하는 망상에 빠지지 않는다면 삶은 동화나 천일야화에 나오는 연회 같으리라. 우리가 필연적이고 존재 이유가 있는 것만을 존중한다면 길거리에는 음악과 시가 울려퍼지리라. 우리가 침착하고 현명한 인간이 될 때 위대하고 가치있는 것만이 영원하고 절대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며, 사소한 두려움과 쾌락은 현실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리라. 이 얼마나 상쾌하고 멋진 일인가. 인간은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어 허식에 기꺼이 속아 넘어가면서 판에 박힌 일상과 습관을 확립하고 공고히 하지만 이 모두는 여전히 허구적인 토대 위에 세워져 있다. 삶을 즐기는 어린이들은 진정한 삶의 법칙과 인간관계를 어른보다 더 분명하게 식별하는 반면, 어른들은 가치 있는 삶을 사는 데 실패하고서도 경험을 통해, 즉 실패를 통해 자신이 더 현명해졌다고 생각한다. - P139

수천 년 동안 반복된 여름은 그리스 대리석 조각에 가을의 황금빛 자취를 남겼지만 그리스 문학에 남겨진 빛의 자취는 그보다 더 농익고 눈부시다. 문학은 평온한 천상의 기운을 천지에 전파하여 세월이 지나도 그 기운이 녹슬지 않도록 하기 때문이다. 책은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보물이며 후대에 물려주기에 가장 적합한 유산이다. - P148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순히 편의상 글을 배운다. 회계장부를 정리하고 거래를 할 때 사기당하지 않기 위해 계산하는 법을 배우듯이 말이다. 그러나 보다 고차원적인 독서는 우리를 향락으로 어르고 고결한 재능을 잠들게 하는 행위가 아니라 정신을 집중하고 긴장한 채 까치발로 꼿꼿하게 서서 정신이 가장 맑은 시간을 바치는 숭고한 행위이다. - P149

지혜가 있으면 관대함을 배우게 된다. - P153

우리는 육체적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아낌없이 돈을 쓰면서 정신적인 황폐함을 치유하는 데는 인색하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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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규정짓는 것에 연연할 필요는 없지만, 규정을 모두 벗어던지는 방식이야말로 가장 쉬운 길이다. 좋게 보면 자유롭고 유연해 보일지 몰라도, 흔해빠진 무원칙의 편의주의이기도 하다. 나는 나름의절도가 있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최소한으로 지키고자 하는 선이 있어야 때때로 나를 돌아보고 점검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쩌면 모든 윤리는 최소한의 윤리이다. 다시 말해 "적어도 ~는 하지 않겠어"라는 자세이다. 그 최소한이 점점 커지는 방향으로 살고 싶다. - P51

팜유는 어떨까? 팜유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밀림이 파괴되면서 오랑우탄을 비롯하여 수많은 동물들이 서식지를 잃고 죽는다. 그렇다면 비건이 팜유를 먹는 것이 본래 취지에 맞을까? 이렇게 확장하다 보면 끝도 없어진다. 그래서 비건에게만 모든 부담을 지우고 완벽함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진정한 변화를 이뤄낼 수 없다. - P53

비건을 해보면 한 사회의 편견도를 측정하는 바로미터를 발견한 기분이 든다. - P57

철학자 레비나스는 얼굴의 윤리학을 말한다. 그는 "얼굴은 하나의 명령"이라고 했다. 얼굴은 그 자체로, 언어를 초월해 우리에게 말을 건다. "나를 사랑하라, 나를 죽이지 마라, 형제여, 자매여..." 모든 열굴은 그렇게 말을 한다. 사형대에서도 사형수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눈을 가리고 처형을 한다. 우리는 얼굴 있는 것을 먹는 꺼림칙함을 본능적으로 안다. 내 친구의 어머니는 식탁에 생선을 내어놓을 때 얼굴 부분을 가렸다고 한다. 그래서 뭐가 달라지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성찰하게 해주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도 한때 얼굴이 있었던 생명이라는 걸 환기해주는 성찰의 효과. - P64

인간끼리 소유하는 제도가 노예제였다. 이 부적절한 소유 관계는 철폐되었다. 이제 그 어떤 근로자도 사용자의 소유가 아니라 상호 계약 관계에 있을 뿐이다. 왜 동물은 여전히 사유재산이 될 수 있을까. 동물은 아직도 노예, 또는 노예보다도 못한 물건이다. 농장의 소는 식품, 펫숍의 강아지는 반려상품, 보신탕의 개는 보양상품, 아쿠아리움의 돌고래는 관광상품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농장의 돼지는 식품노예고, 관광지의 당나귀는 운반노예, 펫숍의 고슴도치는 반려노예이다. - P68

고기 먹는 걸 규제한다고?! 당신은 여전히 개인영역 침해라고 버틸지 모른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음식은 개인 취향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식탁 위의 개인주의를 곧잘 침해한다. 채식하는 사람들에게 시비거는 장면을 얼마나 자주 목격하는지 모른다. 절대 그냥 놔두거나 넘어가는 법이 없이,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어김없이 사견이나 소감을 피력하거나, 핀잔을 주거나, 무지에서 비롯된 무례한 농담을 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들이대며 충고를 하려고 한다. 덮어놓고 못마땅함을 표현하려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운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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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걱정한다.

은혜가 진실된 사람을 구분해 낼 수 있을까요?

그럼요. 우리보다 더 잘 알걸요.

엄마의 걱정과 달리 아이는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않고,
내면의 맑음으로 진정한 사랑을 찾아내고 있다. - P148

깨어난 아이는 엄마에게 살아 있음의 소중한 의미를 깨닫게 한다.
아이는 깨달음을 주는 스승과 같은 존재다. - P182

그리고 난 결심한다.
난 아이에게 전부이지 않으리….

아이에게 중요하고 좋은 사람이 많아져야 아이는 진정 오래도록 행복해지리라. - P186

나는 바란다. 다름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무리들이 점점 많아지기를…….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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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은 인간 속에 잠재태로 존재한다. 모든 악습은 우리의 생체 기관 속에 이미 준비된 보이지 않는 노선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비록 순진무구하고, 겉보기에 순결할지라도, 우리 안에는 그러한 노선이 그어져 있다. 오점 없는 존재가 약점 없는 존재를 뜻하지는 않는다. 사랑은 하나의 법칙이다.
관능은 하나의 덫이다. 취기가 있고 또한 주벽이 있다. 취기는 한 여인을 원하는 것이고, 주벽은 여자를 원하는 것이다. - P739

급속함은 강습과 다름없었다. - P786

절대 권력을 가진 부엉이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어둠이 구미에 맞는다. - P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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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하게 고통받다가 처참하게 죽은 생명의 몸뚱이를 매일 입에 넣는 것. 그게 영혼을 건강하게 해줄 리 만무하다. 육식이 자연과 몸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이미 충분히 설명했다. 고로, 동물 문제는 영혼의 건강, 환경 문제는 자연의 건강, 건강 문제는 신체의 건강이라고 할 수 있겠다. - P34

나는 비건이라는 개념이 나의 몸과 영혼, 자연의 건강 모두를 아우른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 가지래도 좋을 판에, 저 세가지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니 더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정신이 번쩍 드는 진실을 알게 되면서, 동시에 불편한 진실도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은 진실을 알게 되어도 여간해선 변하지 않는다는 진실이 그것이다. - P37

놀라운 건 이십대 (특히 남성)들이 개고기 금지에 가장 반대한다는 사실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이 내세우는 논리가 너무나천편일률적이라는 점이다. "소나 돼지는 동물 아니냐", "음식은 개인 선택이다", "업자들 생계는 어떡할 거냐"는 말만 반복/변주하는 걸 관찰할 수 있다.
경험상 이런 반응들에는 논리적으로 답변해 봤자 벽에다 대고 얘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정말 비건들처럼 개와 소, 돼지, 닭을 평등하게 보기 때문에 저럴까? 그들이 낙태 이슈나 동성 결혼 합법화에도 개인 선택 존중을 위해 저렇게 분연히 일어설까? 그들이 보신탕 업자들을 진심으로 염려해서 저럴까?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심증이지만, 이들은 동물뿐만 아니라 페미니즘, 성소수자, 난민 이슈 등에 공통적으로 분노나 혐오를 곁들인 보수적 견해를 피력하는 층이라 예상한다. 이 기이한 현상을 설명할 길이 없어 고민하는 나에게 친구가 실마리를 던져주었다. - P39

"넌 한국 사람들이 뭘 믿는다고 생각해?"


"우리가 믿는 건 신도 아니고, 국가도 아니고, 가족, 친구, 학벌, 돈, 부동산, 성공도 아냐. 이 모든 것보다 더 근본적이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건 ‘세상은 안 변한다‘는 믿음이야. 어차피 나 혼자 애쓴다고 변하는 건 없으니 남들 따라 편하게 적당히 즐기다 가자는 주의, 복잡하고 골치 아픈 사회문제는 나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최대한 외면하는 태도, 뭔가 바꿔보려는 사람에게 ‘네가 얼마나 잘났길래‘라며 멸시하는 반응, 모두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이 믿음에 기반하는 거야…." - P40

우리는 행동으로 증명할 것이다. 비건은 평범한 개인이 지구와 동물들, 그리고 우리 스스로를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하게 도울 수 있는 운동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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