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드펠은 신실한 마음으로 생각했다. 이미 고결한 행위를 하려고 마음먹은 순간 선의를 강요받는 것만큼 젊은이의 짜증과 분노를 자아내는 일도 없으리라. - P328

저 또래의 아이들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압박 속에서도 영웅적인 충성심과 용맹함을 보이고 숭고한 목적을 위해 열심을 다하는가 싶다가도, 온 세상이 평화로워지자 순식간에 어린 강아지로 돌아가 싸우며 뒹구니 말이다. - P331

캐드펠은 작업장으로 돌아와 세상의 모든 것과 단절하듯 문을 걸어 잠갔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마크 수사와도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 작업장 안은 고요했다. 벽에 댄 거무스레한 널빤지들로 내부는 더욱 어두웠고, 희미한 화로 불빛만이 주위를 어슴푸레 밝히고 있었다. 고향 집처럼 아늑한 곳, 바로 이곳이 그가 바라는 전부였다.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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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까지 놀란 표정 하지 말게! 우리 안에 있는 악을 전혀 인정하지 않으면 결코 성인이 될 수 없어. 그리고 헤리버트 형제께서 로버트 부수도원장의 영혼에 어느 정도 은혜 또한 베푸셨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되네!" - P322

"알을 까기도 전에 병아리를 세어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점을 알려주셨잖나."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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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이름을 부르는 단순한 행위가 심지어 이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관계에서마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은 얼마나 기묘한가. 마치 어둠 속에 한줄기 빛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조금 더 빛이 비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지리라. - P300

"정말 너무 멋졌어요." 마크 수사는 허브밭 작업장으로 돌아와 신나게 일을 시작하며 말했다. 그런데 좀 부끄럽기도 하네요. 다른 사람이 골탕 먹는 걸 보면서 통쾌해하다니, 아무래도 제 마음속에 악한 구석이 있는 거겠죠."
"저런, 저런." 캐드펠은 바삐 바랑을 열어 단지며 병들을 꺼내면서 무심코 대꾸했다. "자넨 너무 일찍부터 성자가 되려고 하는구먼. 아직 스스로를 즐길 시간이 많이 남았네. 때로는 조금 악해지는 것도 필요하지. 그리고 정말 멋진 일이었던 건 사실 아닌가?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괜히 위선 부리지 말게."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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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수사 또한 절망적인 심정으로 그들을 따라갔다. 그는 낙담과 불안에 빠져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 죄라는 생각이 마음속에 떠올랐다. 체념이라는 죄. 자기 자신에 대한 체념이 아니라 진실과 정의와 공정성에 대한 체념, 불행한 인류의 미래에 대한 절망 어린 체념의 죄라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 P204

겨울철 낮은 예순을 넘긴 인생처럼 느릿느릿 시작되었다가 빨리 끝나버렸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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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변하기 쉬운 존재이며, 늘 오류를 범하고, 그때그때 적응해야 하는 동물이 아닌가. - P11

"사람이란 나이를 먹을수록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법이니까요."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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