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끔 속삭인다. 우리 둘 다 말이 없다. 가끔 사람들이 행복하면 말을 안 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 생각을 떠올리자마자 그 반대도 마찬가지임을 깨닫는다. - P28

물은 정말 시원하고 깨끗하다.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가 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맛이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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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가 내 어깨에 팔을 두른다. "넌 너무 어려서 아직 모를 뿐이야."
이 말을 듣자마자 나는 아주머니가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다는 사실을 깨닫고, 집으로 돌아가서 언제나처럼 모르는 일은 모르는 채로 지내고 싶다고 생각한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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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저 밖에 나가서 일하고 싶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빠가 나를 여기 두고 가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지만 내가 아는 세상으로 다시 데려가면 좋겠다는 마음도 든다. 이제 나는 평소의 나로 있을 수도 없고 또 다른 나로 변할 수도 없는 곤란한 처지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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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남성성의 역사와 현주소는 여성에 대한 손상과 모독에 바탕을 두고 있다. 따라서 한결 유익한 남성성이란 많은 비서구권 문화에서 오래전부터 그래왔듯 여성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이어야 한다. [캐나다] 원주민 극작가 톰슨 하이웨이Tomson Highway는 1994년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남성은 여성과 그 밖의 모든 것을 지배합니다. 저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를 논박하는 데 보탬이 되 고 싶습니다. 인류가 끊임없이 지구를 파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존재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이 지 점에서 인도 철학과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철학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알려준다고 생각합니다. 지구나 만물의 근원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가능성을 터득 한다면, 우리가 미래 세대를 위해 지구를 보존할 수도 있다는 거죠. 제 희곡이 여신의 귀환, 즉 남성형 신의 추방과 동시에 여성형 신의 정립을 그토록 많이 이야기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저는 이 주 제를 되도록 간명하게 다루려 합니다. 이런 시도는 여성의 주권을 여성 스스로에게 되돌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모름지기 ‘남자‘라면 [본디 여자들에게 주어진 공간을 넘볼 게 아니라] 자기 자리 밖으로 나오지 말아야죠. - P94

내게 해를 가 한 남자들의 기를 세워주거나 그들을 비호한 여자들이, 혹은 내게 쏟아진 폭력을 침묵 속에서 지켜보기만 한 여자들이 두렵다. 나는 남성적 특질을 제 것으로 받아 들인 여자들이, 디너파티에서 만난 나를 복종시키고 침묵시키려 하는 여자들이 두렵다. 나를 범죄자로 취급함 으로써 끝끝내 남성 탈의실을 쓰게 하는, 나를 희생해 자신들의 편안함을 우선시하려는 여자들이 두렵다. 자신이 겪은 여성혐오를 너무도 깊숙이 내면화한 나머지 나를 샌드백으로 삼으려는 여자들이 두렵다. 여느 남자들처럼 내 대명사를 거부하고 내 여성성을 한사코 부정 하는 여자들이 두렵다.


그러나 나는 무엇보다 도 다음의 이유로 여자들이 두렵다. 자매애나 연대감 allyship, 아니 다만 남자들의 위협으로부터의 보호조차도 다른 여자들에게 전적으로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 P98

당신의 두려움은 나뿐만 아니라 당신에게도 아픔을 준다. 그 두려움은 어떤 존재라도 될 수 있는 당신의 잠재력을 제한한다. 너무 여성적이라는 이유로, 혹은 너무 남성적이라는 이유로 당신이 얼마나 자주 외모와 행동, 그리고 감정에 대한 열망을 내팽개쳐왔는지 떠올려보라. 내 경우까지 갈 것도 없이, 무엇이 여성적이고 무엇이 남성적이라는 사고방식을 스스로에게 강요하지 않았더라면 당신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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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바로 그것이었다. 이제는 헤어질 때라는 것. 문득 우리 네 사람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보였다. 마치 우리가 공통점이 아주 많은 것처럼, 그리고 한 가족인 것처럼. 나는 우리가 세상 사람들이 쓸모없다고 여기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임을 깨달았다. 본질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 아이디어도 내놓지 않으며, 필요한 물건이나 식량을만들어 내지도 않고, 땅을 경작하지도 않고, 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자손을 번성시킨 것도 아니다. 검정코트를 아들로 둔 괴짜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지금껏 우리는 세상에 유용한 뭔가를 제공한 적이 없다. 그 어떤 발명품도 고안해 내지 못했다. 우리에게는 권력도 없고 보잘것없는 재산 말고는 다른 자원도 없다.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하고 있지만 남들은 그것을 조금도 대단하게 여기지 않는다. 우리가 세상에서 사라진대도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아마 아무도 그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 P339

하지만 왜 우리는 꼭 유용한 존재여야만 하는가, 대체 누군가에게, 또 무엇에 유용해야 하는가? 세상을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으로 나누는 것은 과연 누구의 생각이며, 대체 무슨 권리로그렇게 하는가? 엉겅퀴에게는 생명권이 없는가? 창고의 곡식을훔쳐 먹는 쥐는 또 어떤가? 꿀벌과 말벌, 잡초와 장미는? 무엇이 더 낫고 무엇이 더 못한지 과연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구멍이 많고 휘어진 거목은 사람에게 베이지 않고 수세기 동안 살아남는다. 왜냐하면 그 나무로는 어떤 것도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본보기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준다. 유용한 것으로부터 얻어 낼 수 있는 이익은 누구나 알지만, 쓸모없는 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P340

솔직히 말해 나는 ‘밀렵‘과 ‘사냥‘의 차이를 모르겠다. 두 단어 모두 살상을 의미하니까. 전자는 은밀하고 불법적인 방식이고, 후자는 법의 권위를 등에 업은 채 공공연히 저질러진다는 차이만 있을 뿐. - P348

로베스피에르처럼 차가운 분노로 무장한 ‘외과 의사‘를 연상시키는 검찰이 경찰로 하여금 점성가의 재물과 재산을 압수하고, 그를 감옥에 가두게 했다. 별의 신호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은 종종 그 별들의 영향력에 압도당한다. 별을 읽지 않거나 읽을 수 없는 뉴턴과 같은 사람은 또한 자신의 추론과 실험에 압도당한다. 그러니 결국 우리는 모두 실수와 오류의 대상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범죄의 주체가 아니라고 누가 과연 말할 수 있겠는가? - P363

공감과 유대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문학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문학은 사람과 사람을 소통하게 만드는 가장 정제되고 정교한 형식입니다. 타인에게서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잠시나마 자아를 벗어던진 채, 또 다른 ‘나‘의 모습인 타자의 세계로 위대한 여행을 떠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문학입니다. (……)인간은 실은 서로가 서로를 놀랍도록 닮은 존재라는 사실을 문학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일깨워 줍니다. 우리가 쓰고 또 읽는 한 우리는 함께입니다. - P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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