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낙엽이라면 ‘비만 아니면 더 매달려 있을 수 있었는데’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

하하하.
진아 낙엽이라면 그럴 것 같다.

나라면 ‘비 덕분에 이 세상에 더 찰싹 붙어 있을 수 있구먼‘ 했을 것 같아.

낙엽은 어떨까? 낙엽의 생각을 알고 싶다 - P191

낙엽이라는 이름 말이야.
떨어진 나뭇잎이라는 뜻이 왠지 쓸쓸하지만,
떨어져서도 불리는 이름이 있다는 게 멋져. - P192

나이가 든다는 건 같은 순간들이 쌓이는 걸 추억할 줄 아는 것이고, 삶의 면면을 보면 그때와 지금이 같은 지점에 놓여 있는 것만 같습니다. 낙엽을 고르고 간직하는 마음은 어린 마음도, 그렇다고 다 산 사람의 마음도 아닌, 그저 지구에서 사는 사람이 고른 마음일 것입니다.
나이가 들더라도 낙엽 앞에 쪼그리고 앉겠죠. 그 뒷모습은 어린 임진아와 그다지 다르지 않을 거예요. 지금을 사는 저의 겨울에는, 키키가 함께 쪼그리고 앉아 있습니다. 같은 낙엽 냄새를 맡으면서요. - P194

누가 목도리둘러주면왠지 뭉클해.

왜?

기운 내라는 말처럼 들려.

목도리를 두를 때는 토닥토닥의 과정이 있어서 그런가 봐 - P199

남은 오늘을 생각하고, 내일로 걸어가자 - P203

이 표시들은뭐야?
알록달록하네.

이건 내가 나한테 선물한 표시,
이건 키키랑 멀리 외출한 표시.
그리고 또.…
이건 우리가 외식한 표시이고 이건……

슬픈 기억은 표시 안해도 마음에 남으니까.

좋았던 기억을 다시 보기 위해 달력을 쓰기도 하지 - P234

달력은 뜯는 게 아쉬운 한편 시원하기도 해.
더 이상 여기에 없는 어제처럼 말이지.

그럼에도 좋았던 날이 더 많았다고 느끼고 싶어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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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요! 그게 아니라 거만한 거죠! 걔들은 오형제였어요. 한 핏줄 손가락이었다고요. 길이가 들쭉날쭉하면서도 서로 나란히 서 있었지요. 첫째인 엄지는 땅딸막한데 줄에서 벗어나 있어요. 등에 관절이 하나밖에 없어서 한 번밖에 못 구부리고요. 하지만 자기가 없어지면 그 인간자체가 전쟁터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어진다고 늘 말하더군요. 둘째인 검지는 냄비로 들어가서 음식이 단지 신지 맛을 보고, 해나 달을 가리키고, 글씨를 쓸 때 펜을 누르지요. 가운뎃손가락인 중지는 다른 애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요. 넷째인 약지는 배에 금반지를 두르고요, 새끼손가락 계지는 아무것도 안 하는데 그걸 아주 자랑스러워해요. 걔들이 잘난 척을 하는 바람에 내가 여기 도랑에 떨어졌다니까요!" - P196

공주는 이내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고, 그 순간 마치하늘의 별들이 모두 공주에게 쏟아져 내리는 것 같았어요. 그런 불꽃놀이는 난생처음이었지요. 커다란 태양이 윙윙거리며 맴돌았고, 찬란한 불꽃 물고기가 푸른 하늘에서 꿈틀거렸으며, 그 모든 것들이 잔잔하고 맑은 바다 위에 되비쳤습니다. 배 위는 너무나 환해서 작은 이슬방울 하나까지도 볼 수 있을 정도였으니, 사람 모습은 아주 똑똑히 보였어요. 그런데 그 젊은 왕자는 어쩌면 그리도 아름다운지요! - P207

"사람들이 세상에서 사는 시간은 우리들 시간보다 훨씬 짧단다. 우리는 삼백 년 동안 살 수있지 않니. 하지만 사는 것을 그만두게 되면 우리는 물거품이 돼서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 무덤 하나도 남기지 못하지. 우리는 죽지 않는 영혼을 갖지도 못하고, 다시 살지도 못하는 거야. 마치 잘리고 나면 그뿐, 다시는 푸르러지지 못하는 푸른 갈대처럼! 사람들은 그 대신, 몸이 흙이 된 뒤에도 영원히 사는 영혼이란 걸 가지고 있단다. 영혼은 맑은 하늘 위로 날아올라서 반짝이는 모든 별들에게로 가지! 우리가 바다 밑에서 솟아올라 인간들이 사는 땅을 보는 것처럼, 영혼은 알지 못하는 아름다운 곳, 우리는 절대로 볼 수 없는 곳으로 올라가는 거야." - P211

"산다는 건 정말 근사해! 우물에서 나와서, 쐐기풀 사이에 누워 있다가, 먼지 이는 길을 기어가다가, 촉촉한 무덤가에서 쉬는 거 말이야! 하지만 가자, 앞으로! 개구리나 두꺼비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누가 알겠어, 자연은 여러 가지를 원하는 법이니까!" - P256

‘저게 우물 안으로 내려온 두레박이어서, 높이 올라가려면 저 안으로 뛰어들어야 하나? 아니면 해님이 커다란 두레박일까? 얼마나 크고 얼마나 밝은지 몰라. 그 안에는 우리 모두를 위한 자리가 있을 거야. 난 때가 오기만 기다리면 돼! 오, 내 머릿속이 정말 환하네! 보석도 그보다 더 밝게 빛날 수는 없을 거야! 하지만 내 머리에는 보석이 없고, 난 그것 때문에 울지는 않을거야. 아니야, 나는 빛과 기쁨을 향해서 더 높이 올라갈 거야! 난 확실히 할 수 있어. 하지만 겁도 나네. 발걸음이 무거워지지만, 그래도 해내야 해! 앞으로! 길을 따라서 계속 가자!‘
그래서 막내는 두꺼비들이 기어갈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열심히 걸음을 옮겼고, 사람들이 사는 거리로 나오게 되었어요. - P257

"세상은 정말 비열해! 신사라고는 나 하나뿐이야! 처음에는 황금 편자를 안 주겠다고 하더니, 다음에는 젖은 아마포 위에 올라가게 만들었지. 바람 통로 한가운데 서 있게 하더니, 급기야는 와글와글 떠들면서 내 혼을 쏙 빼서 마누라를 얻게 만들지를 않나. 그래서 난 단호히 세상으로 나왔는데, 이거 봐, 세상이 나한테 어떻게 해 대는지 말이야. 쪼끄만 인간이 하나 오더니 날 묶어서 거친 바다에 내놓잖아. 그러는 동안 황제의 말은 황금 편자를 달고 돌아다닐 테지! 내가 제일 화가 나는 게 그거야. 이 세상은 나눈다는 걸 도무지 몰라!
내 인생은 정말 재미있게 돌아가고 있어. 하지만 아무도 몰라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이 세상도 그걸 몰라. 알았다면 황제의 마구간에서 그 말이 다리를 내밀고 편자를 받으려고 했을 때, 나한테 황금 편자를 줬을 거야. 내가 황금 편자를 받았더라면 나는 마구간의 영예가 되었을 텐데. 하지만 마구간은 나를 잃었고, 세상도 나를 잃었어. 모든 게 끝난 거야!" - P297

"난 여기 황제의 말 위에 앉아 있어. 기사로서 앉아 있는 거야! 내 말이 그거라고! 이제야 모든 게 확실해졌어! 이건 정말 좋은 생각이고, 올바른 생각이야! 왜 말이 황금 편자를 받느냐고? 대장장이가 그렇게 물었지. 이제야 알았어. 말은 나 때문에 황금 편자를 받은 거야!"
말똥구리는 아주 기분이 좋아졌어요.
"확실히 여행을 해야 머리가 깨인다니까!"
하고 말똥구리는 말했어요.
햇살이 말똥구리에게 아주 아름답게 비쳐 들었습니다.
"세상은 내게 전혀 비열하지 않아."
말똥구리가 말했습니다.
"그저 세상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해!"
세상은 찬란했습니다. 왜냐하면 황제의 말은 말똥구리를 기사로 모시느라고 황금 편자를 박았으니까요.
"이제 다른 말똥구리들에게 가서 말해야겠어. 사람들이 내게 얼마나 많은 일을 해 주었는지말이야. 외국을 여행하는 동안 기꺼이 받아들였던 것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줘야지. 그리고 나는 이 말의 황금 편자가 다 닳을 때까지만 여기 있을 거라고 말할 거야."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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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가 울리면, 낯선 물건처럼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미소를 짓고 있어요. 언제나.

화창한 날에는 햇볕을 쬐러 나가요.


마치 모든 게 처음인 양,
행복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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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이 있을줄 알았는데.

다음 날은 오늘과 다른 날이라는 뜻인가 봐 - P150

다음은 없어.
오늘은 오늘뿐이야!

우리 자주 만나네?
다음에 또 만나자!
다음엔 같이 사진 찍자.

다음에 또 하고 싶다는 말은, 오늘에 대한 가장 큰 칭찬 같아! - P151

지난 계절에 사용한 잔을 오랜만에 마주할 때면
오늘이 꼭 엊그제 같아.

시간은 빠른 척하면서 그냥 고여 있는 게 아닐까 - P163

주머니는 1년 내내 힌트도 없이 비밀 선물을 품고 있어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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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골목 한 골목 산책의 시간을 연장하는 키키와 걷다 보면 고민이 흐려지기도 하고, 일하면서 막혔던 부분이 반짝거리며 풀리기도 합니다. 가볍게 걸으며 나를 내버려두는 시간 역시 필요하다는 걸, 단순하게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키키를 바라보면서 느낍니다. 무엇보다 키키와의 산책은 우리가 마주 보고 조용히 그리고 시끄럽게 오랜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 P125

작은 선물은 네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풍선이야 - P139

주변에 소중하고 친한 사람 몇 명만 두어도, 1년간 선물을 고르며 지내게 됩니다. 봄에 태어난 사람에게는 일렁이는 설렘을, 여름에 태어난 사람에게는 활기찬 기운을, 가을에 태어난 사람에게는 잔잔한 마음을, 겨울에 태어난 사람에게는 따뜻한 온도를 선사하고 싶어집니다. 가끔씩 오래 알고 지낸 사람에게는 생일과 다른 계절의 물건을 골라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음 해가 되면 결국 계절에 맞는 선물을 고르게 됩니다. 계절에 맞춰서 그 사람을 떠올리는 게 더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느지막이 듭니다. 일단 지금을 잘 보내자, 하루씩, 한 계절씩 잘 살자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 P140

봄에 태어난 저는, 봄만 되면 갖고 싶은 게 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얼마 전 "진아, 뭐 갖고 싶어?"라는 친구의 물음에 왠지 부끄러워서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친구는 "너 갖고 싶은 거 뭔지 알아. 시간이지?" 하며 저에게 시간을 주고 싶다고 농담처럼 말했습니다. 부쩍 바빠져 마감과 마감사이에서 정신을 못 차리는 제게 가장 필요한 건 여유라는걸 친구는 알고 있었나 봅니다. 그 말에 깔깔깔 웃으면서 시간을 줄 수 있으면 달라고 팔짱을 꽉 꼈습니다. 이 순간 선물을 받은 것만 같아서, 그간 바빠서 정신없이 구겨진 마음이 약간 퍼졌습니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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