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주로 먹는 게 1년생 작물이라

매년 경작할 때마다 땅을 갈아엎는데 이 과정에서 땅이 엄청나게 손상되고 흙이 잡아주던 탄소가 다 배출된대요.

그리고 작물을 키우려면 영양분이 필요한데 영양 공급을 화학 비료로 하고, 화학 비료 때문에 토양이 오염되고…

애초에 화학 비료의 원재료인 화석 연료때문에 발생하는 환경 오염도 있고…
이쪽도 총체적으로 문제더라고요. - P114

채식이 최선의 답이라 믿었는데 답 안에도 문제가 있었다.

찾아볼수록 문제가 너무 크고 깊다.

식물과 토양은 탄소와 물을 잡아두는 능력이 있다.
식물 뿌리를 통해 토양에 탄소와 물이 저장되고
건강한 토양은 생태계 전체에 물을 순환시킨다.

근대 농업에서는 경운, 농약, 화학비료를 이용해서 농사를 짓고 이 셋은 토양을 죽인다.

생산성의 떨어지면 화학 비료에 기대고
그럼 토양은 더 망가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다가 땅은 사막화된다.

사막화된 땅엔 극심한 일교차가 생기고 이는 대기후까지 변화시킨다.
이런 땅에선 인간이 살 수 없어서 사람들은 땅을 떠난다.
기후난민이 계속 늘고 있다. - P132

사막화로 인한 경작지 축소와 가뭄과 폭우

기후 변화로 인해 토양 성질이 바뀌어 쌀의 비소 함량이 2배로 늘 것이라는 예측

동물 전염병으로 인한 동물성 식품 공급 감소

식품 가격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고,
이건 점점 심화될 것이다.

우리 미래의 일상은 전염병과 공기 오염과 혹한, 폭염 속에서 굶주리는 나날일 것이다.

모든 것이 한꺼번에 닥쳐오고,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해야 한다.
나는 왜 이렇게 무능할까?
그런데 내가 아무리 애써도 지구에 도움되는 것보단 해를 끼치는 게 크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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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든 슬픔이든 분노든 잘 참는 사람은 싸우지 않고 그저 견딘다. 견디지 못하는 자들이 들고 일어나 누군가는 쌈꾼이 되고 누군가는 혁명가가 된다. 아버지는 잘 못 참는 사람이다. 해방된 조국에서 친일파가 득세하는 것도 참지 못했고,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와 결혼하라는 봉건잔재도 참지 못했으며, 가진 자들의 횡포도 참지 못했다. 물론 두시간의 노동도 참지 못했다. 그런데 얼어 죽을 것 같은 고통은, 굶어 죽을 뻔한 고통은, 생사의 고비를 함께 넘은 동료들이 바로 곁에서 죽어가는 고통은 어떻게 견뎠을까? 신념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내려와봤자 기다리고 있는 건 죽음뿐이라는 지극히 절망적인 현실 인식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 P68

오빠의 마음속에도 그날이 사무치게 남아 있을터였다. 그날을 마음에 품은 채로 오빠와 나는 멀어지면서 살아온 것이다. 빨갱이의 딸인 나는 오빠를 생각할 때마다 죄를 지은 느낌이었다. 빨갱이의 딸인 나보다 빨갱이의 조카인 오빠가 견뎌야 했을 인생이 더 억울할 것 같아서였다. 자기 인생을 막아선 게 아버지의 죄도 아니고 작은아버지의 죄라니!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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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야 알았다. 그에게 동생이 하나뿐이었다는 걸, 일찍 어머니를 잃어 그가 업어 키운 아들 같은 동생이었다는 걸, 그 동생이 아버지 바로 곁에서 총에 맞아 죽었다는 걸, 자기 몫까지 잘 살라는 동생의 유언을 그에게 전해준 사람이 내 아버지였다는 걸. 그날 이후 아버지는 그에게 동생 대신이었다. 그러니 나는 동생이 살아 있었다면 용돈 쥐여주며 귀여워했을 조카였던 셈이다. 그 마음 쌩깐 것이 늙어서야 마음에 걸렸다. 그래봤자 그때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마음의 상처를 준 사람이 그만은 아닐 것이다. 인간이란 이렇게나 미욱하다. - P28

어찌 됐든 잘되면 자기 덕, 못되면 아버지 탓. 작은아버지가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는 생각이 든 순간 전화기 너머로 흐르는 정적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작은아버지는 평생 형이라는 고삐에 묶인 소였다. 그 고삐가 풀렸다. 이제 작은아버지는 어떻게 살까? 작은아버지는 지금쯤 빈속에 깡소주를 들이붓고 있을 것이다. 일흔 가까운 나이에 처음으로 마주친 형 없는 세상, 탓할 사람 없는 세상이 두려워서. 두려움을 이기고 작은아버지는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찾아와줄까. 설령 오지 않는다 해도 아버지는, 마루에 우두커니 앉아 동생의 모진 말을 묵묵히 견뎌내던 아버지는, 이번에도 타는 속을 소주로 달래며, 나는 모르는 씁쓸한 인생의 무언가를 되새기지 않으려나, 하면서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보았는데, 아버지는 당연히 그거사 니 사정이제, 모르쇠로, 나는 어딘지 모를 어딘가를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게, 아버지의 사정은 아버지의 사정이고, 작은아버지의 사정은 작은아버지의 사정이지, 그러나 사람이란 누군가의 알 수 없는 사정을 들여다보려 애쓰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아버지는 그렇게 모르쇠로 딴 데만 보고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뭐 그런 생각도 드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오늘 작은아버지가 미국의 유명 아나운서 처벅이 죽은 그날처럼 취해서 차라리 대자로 널브러지기를, 그래서 올 수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했다. - P41

밀란 쿤데라는 불멸을 꿈꾸는 것이 예술의 숙명이라고 했지만 내 아버지에게는 소멸을 담담하게 긍정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었고, 개인의 불멸이 아닌 역사의 진보가 소멸에 맞설 수 있는 인간의 유일한 무기였다. - P44

"군사독재 정권 밑에서 교련선생이 뭐냐, 교련선생이. 죽은 느그 성이 무덤서 벌떡 일어나겠다."
속엣말 감추는 법 없는 아버지가 만날 때마다 쏘아붙였더니 어느 날 박선생이 느닷없이 눈물을 쏟으며 말했다.
"상욱아. 너 하염없다는 말이 먼 말인 중 아냐?"
아버지는 말문이 막혔고 박선생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먹은 소주가 죄 눈물이 되어 나오는 것 같았다고, 생전 처음 취했던 아버지가 비틀비틀, 내 몸에 기대 걸으며 해준 말이다. 고2 겨울이었다. 자기 손으로 형제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자책감을 안고 사는 이에게 하염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열일곱 여린 감수성에 새겨진 무늬는 세월 속에 더욱 또렷해져 나는 간혹 하염없다는 말을 떠올리곤 했다. 아직도 나는 박선생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하염없이 남은 인생을 견디고 있을 만난 적 없는 아버지 친구의 하염없는 인생이 불쑥불쑥 내 삶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곤 했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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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공통...
아세요?

인수공통이요?
아니요.

동물과 인간 사이에 전염되는 종간 전염인데
보유 숙주한테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다른 종, 인간에게 전염되면 치명적인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요.

사스, 메르스, 에볼라, 에이즈, 조류 독감, 돼지 독감,
모두 인수공통 감염병이고 바이러스들은 거의 야생동물로부터 오는데…어떤 병들이 더 있는지 알 수 없어요.

판데믹의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있고
그에 대한 우려와 대비가 계속되어 온 건 아시나요?

인간이 야생동물의 영역을 계속 없애 좁혀가고 침범하면서
그들과의 접점이 늘어난 것이 주된 이유로 꼽혀요. - P59

바이러스는 항상 번성할 기회를 노리고 있고,
개체수가 많은 인간은 좋은 먹잇감인데

계속 계속 바이러스가 넘어올 환경을 만들면서!
이미 다른 동물들 삶의 터전을 다 조져놔서 이렇게 된 건데

야생동물을 다 죽여야 하느니 마느니….
지뢰밭을 걷고 있으면서
우리가 직접 지뢰를 거기에 묻었다는 것조차도 모르는 것 같아요.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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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아버지의 영정은 흰 국화에 둘러싸였다. 살아생전 꽃 따위 쳐다보지도 않았던 아버지였다.
아니다. 생각해보니, 가을 녘 아버지 지게에는 다래나 으름 말고도 빨갛게 익은 맹감이 서너가지 꽂혀 있곤 했다. 연자줏빛 들국화 몇송이가 아버지 겨드랑이 부근에서 수줍게 고개를 까닥인 때도 있었다. 먹지도 못할 맹감이나 들국화를 꺾을 때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뺏속까지 사회주의자인 아버지도 그것들을 보고 있노라면 바위처럼 굳건한 마음 한가닥이 말랑말랑 녹아들어 오래전의 풋사랑 같은 것이 흘러넘쳤을지 모른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아버지 숨이 끊기고 처음으로 핑 눈물이 돌았다.
사회주의자 아닌 아버지를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니까 나는 아버지를 안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나오려던 눈물이 쏙 들어갔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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