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본인 여자가 60여 년의 세월 동안 이렇게나 많이 변한 것일까? 생각해 보면, 내가 꽤 오랜 세월을 살았고 수없이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어머니는 1883년에 낳은 당신의 아들 도쿠스케가 아직도 이 세상에 생존하여 이 사쓰코 같은 여자, 더욱이 어머니의 손자며느리, 손자의 정처인 여자에게 매력을 느끼며 한심하게도 그녀에게 괴롭힘당하는 것을 즐기고 내 아내, 내 자식들을 희생하면서까지 그녀의 사랑을 얻으려 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실까? 어머니가 돌아가신 1928년에서 햇수로 33년 후에 아들이 이런 미치광이가 되고, 이런 손자며느리가 자신의 집안에 들어오게 되리라고 꿈에라도 생각하셨을까? 아니, 나도 일이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 P97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레슬리가 별로 좋지는 않다. 잘 생각해 보니 사쓰코 앞에서 좋아하는 척한 데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스스로 자각할 때가 있다. 그녀가 레슬리와 동승을 하고 외출하는 모습을 보면 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다. 조키치와 동승하는 것이라면 당연한 일이고 하루히사하고도 어쩔 수 없다며 체념하겠지만 개라면 질투조차 할 수 없으니 그만큼 더 화가 난다. 그런 주제에 이 개는 얼굴 생김새가 귀족적이라 고결한 느낌마저 난다. 토인 같은 하루히사보다 용모가 더 수려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쓰코는 그것을 자기 좌석 옆에 몸을 딱 밀착시켜 앉힌다. 그것이 목에 매달려 볼을 문지르는데도 그대로 하게 두고 달린다. 그 정도면 지나가다 보는 사람들도 기분이 나쁠 것이다. - P111
"어때? 이 얼굴?" "참, 뭐라 말할 수 없이 늙고 추한 얼굴이군." 나는 거울 속의 얼굴을 보고 난 다음 사쓰코의 자태를 보았다. 아무리 봐도 이 둘이 같은 종류의 생물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거울 속 얼굴을 추악하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사쓰코라는 생물은 더욱더 한없이 우수해 보였다. 나는 거울 속 얼굴이 더 추악해지면 사쓰코가 지금보다 더 우수해 보였을 텐데, 하며 유감스러워했다. - P117
요전의 눈물은 미쳤다는 증거로 생각되었지만, 오늘 이 눈물은 무슨 증거일까? 일전의 눈물은 예기치 않은 눈물이 아니었지만 오늘 흘린 눈물은 전혀 예기치 않은 것이다. 나도 사쓰코와 마찬가지로 위악하는 경향이 있어서 남자가 우는 것은 꼴불견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은 의외로 눈물이 많아서 별것도 아닌 일에 금방 눈물이 난다. 그것을 또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고 한다. 젊었을 때부터 늘 아내에게 모진 말을 하며 폭군처럼 굴었는데 아내가 울면 영 주책없이 져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우는 모습을 아내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매우 애써 왔다. 이렇게 말하면 아주 좋은 사람처럼 들리겠지만, 나는 눈물이 많고 정에 약하면서도 본심은 배배 꼬여서 매정하기 그지없는 인간이다. 그런 남자인데 갑자기 사랑스러운 어린아이가 나타나서 이렇게 상냥하게 말을 붙이자 더 견딜 수가 없었다. 닦아도 닦아도 안경에 눈물이 묻었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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