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나는 공상 속에서만 음란했다. 그녀의 모든 에로틱한 테마는 잠재의식 속에 깊이 틀어박혀 있었다. 그것들에 대해서는 아무도 몰랐다. 추측조차 하지 못했다. 폐쇄적이고 금욕적인 레나 노보질로바에게 그런 곳이 있다고는 결코 상상하기 힘들었다. 더구나 에로틱한 테마를 지닌 잠재의식 이라니. 그러나 옐리세이는 유쾌하게 그 잠재의식을 부숴 버렸고, 에로틱한 테마를 자유로이 유인해냈다. 그리고 밝은 세상으로 끌어냈다. 레나 스스로도 자신이 그런 사람인 줄 전혀 깨닫지 못했다. 몰랐다. 그게 전부였다. - P127

거울 속에 비친 옐리세예프가 안개 속에 서 있는 것 같았다. 레나는 거기서 너무나 아름다운 그의 리듬감 넘치는 육체와 마주쳤다. 유연함으로, 친밀함으로 아름다워진 사람들 같은, 독창적인 안무로 무대에 올려진 춤과 같은, 어쩌면 신이 진정으로 원한 게 그거였는지 모른다.
[…]
레나는, 그녀에게 사랑이란 단어는 운명의 비밀스러운 암호라고 여겼다. 그런데 옐리세예프에게 사랑은 춤의 일부였다. 스페인 무희의 캐스터네츠처럼. - P128

주위에 사람들이 앉아 있다. 식당 여종업원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다. 아무도,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아무도, 어떤 것에 대해서도 짐작하지 못했다. 그런데 만약 그들이 알아챘더라면··· 그렇더라도 사람들은 타인의 죽음이나 타인의 사랑에는 무관심했을 것이다. - P130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남의 일에 무관심하니까. - P130

그는 지각하고 있었다. 얼굴 표정은 정지해 있지 않는다는 사실을. 표정은 매 순간 바뀐다. 삶도 역시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매 순간 변화한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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