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어린 시절은 삶이 시작되는 시기였고, 그 삶은 마리나를 부드럽게 비춰 주었다. 마리나는 늘 소리를 질러 대는 어머니나 항상 싸우고 들어오는 오빠를 사랑했다. 사랑에는 조건이 없으니까, 마음 가는 대로 사랑하면 그만이니까. - P179

모성애는 축복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돈과 집안일을 도와줄 사람이 있을 때라야 비로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법이다. 이 모든 것이 있고 아이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아무것도 없이 힘만 든다면 스스로 사람이 아닌 비 맞는 한 마리 말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 P182

교무실에서는 그녀의 사생활을 놓고 열띤 논의를 벌였다. 마리나는 친구인 지리 교사에게 고민을 털어놨는데, "두 명이 알면 돼지들도 안다."(소련 드라마 《봄의 17개 순간》에 등장하는 명언으로 독일 격언이기도 하다)고 하지 않는가. "너에게 버림받아서 힘든 것보다 사람들의 손가락질이 더 견디기 힘들구나."라는 노랫말도 있다. - P184

가장 먼저 유치원 원장이 접근했다. 그런데 입에서 완두콩 냄새가 났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안 좋은 냄새가 난다고들 한다.
반면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에게 좋은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그 냄새로 알 수 있다는 말이다. 마치 개처럼. 단지 사람들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마리나는 원장과 키스할 수 없었다. 입냄새가 너무 역겨웠다. - P188

사샤는 게으르고 주체적이지 않았지만 마리나는 아들을 끔찍하리만치 사랑했다. 사실 자기 자식을 사랑하는 데 장점이니 단점이니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마리나는 아들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서 생각했다. 사샤는 게으르긴 하지만 뻔뻔하지 않다. 게다가 겸손하다. 소위 ‘게으르지 않은‘ 사람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코뿔소처럼 짓밟아 버린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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