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동네에서 내가 움직인다. 전에는 나만 멈춘 것 같았는데 지금은 나만 움직인다. 느낄 수 있다. 나, 대회에 나간다. 나 지금 스텝 바이 스텝 중이다. - P110

"나도 아버지가 부자면 옥탑방이 아니라 지하도에서도 살 수 있어요. 사고 쳐도 다 해결해주는 아버지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에요? 선생님이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아닌 건 아닌 거예요! 하도 가난해서 다른 나라로 시집온 어머니 있어봤어요? 쪽팔려 죽겠는데 안 가져가면 배고프니까, 할 수 없이 수급품 받아가 본 적 있어요?" - P118

"너처럼 멋도 없는 새끼가 멋있는 척해도 재수 없어. 솔직히 너도 진짜 가난이 뭔지 모르잖아. 아버님이 너한테 금칠은 못 해줘도, 먹고 자는 데 문제없게 해주셨잖아. 너, 나 욕할 자격 없어, 새끼야. 쪽팔린 줄 아는 가난이 가난이냐? 햇반 하나라도 더 챙겨 가는 걸 기뻐해야 하는 게 진짜 가난이야. 햇반 하나 푹 끓여서 서너 명이 저녁으로 먹는 집도 있어! 문병 오면서 복숭아 하나 안 사오는 싸가지 없는 새끼. 아이고, 나 죽네." - P119

몰라도 될 걸 알아버린 인간들이 얼마나 너저분하게 구는지 정말 몰라서 저따위 말을 하는 거야? 남의 약점 가지고 즐거워하는 싸가지 없는 놈들이 지천에 깔렸다는 걸 정말 모르는 거야? 그렇게 태어나서 그런 모습일 수밖에 없는 아버지에게 사람들이 어떤 시선을 던지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야? 발톱이 빠지고 인대가 늘어나면서까지 연습하며 진정한 춤꾼을 꿈꾼 아버지를 변두리 카바레로 내몰고 웃음거리로 전락시킨······. - P120

그래, 나는 한 번도 내 입으로 아버지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 내가 커밍아웃을 하면 그 놀림이 내가 아니라 아버지를 향하게 되리라는 걸 너무 잘 아니까. 이 세상이 나만 당당하면 돼, 해서 정말 당당해지는 세상인가? 남이 무슨 상관이냐고? 남이 바글바글한 세상이니까! 호킹 박사처럼 세상에 몇 안 되는 모델을 두고 그런 사람도 있다고 한다면, 나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다. 1등만이 특별한, 나머지는 1등의 언저리로 밀려나 있어야 하는······. 내 아버지는 호킹 박사 같은 1등 대접을 원하는 게 아니라, 높기만 한 지하철 손잡이를 마음 편하게 잡고 싶을 뿐이다. 떳떳한 요구조차 떳떳하지 못하게 요구해야 하는 사람이 내 아버지다. 내 입으로 말하라고? 아버지는 이미 몸으로 말하고 있다. 그걸 굳이 아들인 내가 확인사살 해줘야 하나? 자기들은, 내 아버지는 비장애인입니다, 하고 다니나?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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