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급변하다 보니 키라가 모르는 일이 생각보다 많았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영화 산업이 호황을 누렸고 그녀도 잘나갔다. 영화로 보나 당시 활동하던 배우들로 보나······. 지금은 온통 경찰 영화나 총 쏘는 영화뿐이었다. 의도적으로 단순화한 천편일률적인 작품만 넘쳐났다. 시민들이 한 번 씹고 버리면 되는 작품들이었다. 먹을 건 줘야겠는데 딱히 내놓을 게 없으니 아쉬운 대로 가축한테 던져 주듯 건초나 먹고 떨어지라는 식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드라마에 빠진 시기였다. - P25
키라 세르게예브나는 평생 거물을 낚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잉여 인간 취급을 받는 인노켄치와 함께 살았다. 사실 그 대단한 거물들은 막상 가까이에서 겪어 보면 하나같이 배신자에다 비열한 인간뿐이었다. 반면 인노켄치는 한결같이 믿음직했다. 즉 완벽한 사람은 없다. 리더십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단점이 많다는 걸 의미한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수도 없이 갈등하게 된다. 옷으로 비유하면 리더십은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한 외출복이고 인품은 평상복이다. 물론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 P27
젊은이들은 저녁이면 바닷가에 모이곤 했다. 해가 져도 바다는 여전히 숨을 쉬었다. 마르트노프카는 고령화가 진행되어 하나둘 죽어 가는데 바다는 항상 똑같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하늘의 달빛만이 바다를 동요시킬 뿐이었다. 젊은이들은 높은 지대에 펼쳐진 바닷가에 모여들었고, 바다는 늘 똑같은데 사람들은 매번 바뀌었다. - P29
사실 그녀가 못 할 건 또 뭐란 말인가? 《스타 팩토리》에 나온 여자들보다 모자란 것도 없어 보였다. 간혹 혀를 끌끌 찰 정도로 못생긴 여자들이 나오는 것만 봐도 그랬다. 쥐새끼처럼 작은 여자가 나오는가 하면 돼지처럼 뚱뚱한 여자도 출연했다. 농구선수처럼 키가 큰 여자도 있었다. 그들과 비교했을 때 안젤라는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그 길에 들어섰고 안젤라는 그들에게 뒤처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걱정할 건 없었다. 그녀의 친할아버지, 즉 바실리의 아버지가 "뭔가를 더 빨리 얻고 싶다면 방법은 아주 간단해. 사람들이 들어오라고 문을 여는 순간 너는 창문으로 들어가렴······." 하고 알려 주었다. - P30
멀리 구석 쪽에서 얼쩡거리는 청년이 보였다. 몽유병 환자라도 되는 듯 눈을 반쯤 뜬 채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처럼 서 있었다. 리듬에 맞춰 배 쪽으로 낮게 멘 기타의 현을 쓰다듬고 있었는데, 조각 같은 입을 움직여 허밍으로 따라 부르는 것 같았다. 안젤라는 그의 자유로운 모습에 넋이 나갔다. 모든 것과 모든 사람에게 구속받는 그녀와 달리 그 무엇도 그 누구도 그를 구속하지 않는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 P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