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는 제시 홀 남관 지하의 작은 강의실에서 열렸다. 습하지만 기분 나쁘지 않은 냄새가 시멘트벽에서 스며 나오고, 아무것도 깔지 않은 시멘트 바닥에서 사람들의 발이 공허한 속삭임 같은 소리를 냈다. 천장 한가운데에 하나밖에 없는 불빛이 아래를 비추고 있어서, 강의실 복판의 책상 겸용 의자에 앉은 학생들은 환한 빛 속에 풍덩 빠져 있었다. 하지만 벽들은 흐릿한 회색을 띠었고, 강의실 네 귀퉁이는 거의 새카맣게 어두웠다. 마치 색을 칠하지 않은 매끈한 시멘트 바닥과 벽이 천장에서 쏟아지는 빛을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 P184

그동안 스토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주위에서 소용돌이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핀치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의 표정이 무거운 가면처럼 변해 있었다. 러더퍼드는 눈을 감고 앉아서 고개를 끄덕이는 중이었다. 홀랜드는 워커의 정중하지만 경멸 어린 태도와 로맥스의 열광적인 활기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스토너는 자신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하려고 기다리는 중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두려움과 분노와 슬픔이 점점 강렬해졌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바라볼 때 그들 중 누구도 자신과 눈이 마주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P218

스토너는 맞은편 창밖을 바라보며 기억을 더듬었다. "우리 셋이 함께 있을 때 그 친구가 뭐라고 했냐면······ 대학이 소외된 자, 불구가 된 자들이 세상에서 도망칠 수 있는 피난처라는 얘기를 했어. 하지만 그건 워커 같은 친구들의 이야기가 아니었지. 데이브라면 워커를······ 세상으로 보았을 걸세. 그러니까 그 친구를 허락할 수가 없어. 만약 우리가 허락한다면, 우리도 세상과 똑같이 비현실적이고 그리고······. 우리에게 희망은 그 친구를 허락하지 않는 것뿐일세." - P233

이디스가 앙심을 품은 듯한 목소리를 이끌어내서 냉담하게 말했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까지도 가난하게 살았으니.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지 못할 이유가 없죠. 일찌감치 생각해 보지 그랬어요? 그 일이 어디로 이어질지. 불구자처럼 무능력해지겠죠. 갑자기 그녀의 목소리가 바뀌더니 그녀가 마음껏 웃음을 터뜨렸다. 거의 애정이 느껴지는 웃음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당신한테는 그런 일들이 아주 중요하죠. 그러니 달라져봤자 얼마나 달라지겠어요?" - P242

결국 그는 제시 홀의 연구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던 과거의 습관으로 돌아갔다. 그는 이런저런 강의를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공부의 방향을 미리 정해놓을 필요도 없이 자유로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자신을 타일렀다. 그는 순전히 자기만의 즐거움을 위해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으려고 했다. 그가 수년 전부터 읽으려고 마음먹고 있던 책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머리는 그가 원하는 곳으로 이끌려 가려고 하지 않았다. 생각은 그가 들고 있는 책에서 멀어져 방황했고, 그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시간도 점점 늘어났다. 마치 그가 알고 있던 것들이 때로 머리에서 싹 비워져버리는 것 같았다. 그의 의지력이 모든 힘을 잃어버리는 것 같기도 했다. 가끔은 자신이 식물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자신을 찔러 활기를 되찾아 줄 뭔가를 갈망했다. 고통이라도 좋았다. - P249

이제 나이를 먹은 그는 압도적일 정도로 단순해서 대처할 수단이 전혀 없는 문제가 점점 강렬해지는 순간에 도달했다. 자신의 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과연 그랬던 적이 있기는 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기도 모르게 떠오르곤 했다. 모든 사람이 어느 시기에 직면하게 되는 의문인 것 같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의문이 이토록 비정하게 다가오는지 궁금했다. 이 의문은 슬픔도 함께 가져왔다. 하지만 그것은 그 자신이나 그의 운명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일반적인 슬픔이었다(그의 생각에는 그런 것 같았다). 문제의 의문이 지금 자신이 직면한 가장 뻔한 원인, 즉 자신의 삶에서 튀어 나온 것인지도 확실히 알 수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는 나이를 먹은 탓에, 그가 우연히 겪은 일들과 주변 상황이 강렬한 탓에, 자신이 그 일들을 나름대로 이해하게 된 탓에 그런 의문이 생겨난 것 같았다. 그는 보잘것없지만 지금까지 자신이 배운 것들 덕분에 이런 지식을 얻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우울하고 역설적인 기쁨을 느꼈다. 결국은 모든 것이, 심지어 그에게 이런 지식을 알려준 배움까지도 무익하고 공허하며, 궁극적으로는 배움으로도 변하지 않는 무(無)로 졸아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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