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모든 것이 너무도 익숙하면 때로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구별해내기 어렵다. 어떤 노래가 친숙해지면 그 노래의 개별 음정을 듣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 P12
땀이 이마와 머리의 경계를 따라, 척추를 따라 배어 나온다. 두 발은 발작적으로 땅 위를 움직이고, 이런 생각이 처음으로 든 것은 아니지만, 그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까 궁금해진다. 일터에서 집으로, 가족과 저녁 식사가 기다리고 있을 집으로 돌아가는 한 아버지. 아니면 너무 많은 책과 너무 많은 보고 서를 넣은 서류 가방을 들고 시간에 쫓긴 채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는 한 남자. 청년기를 지난, 정수리 부근의 머리카락이 아주 살짝 가늘어지고, 밑창을 교체할 때가 된 신발을 신고, 꿰매야 할 양말을 신은 한 사람. 남자는 이 불볕더위에 고통받는다. - P23
그는 현관문을 열고 매트에 발을 디디며 서류 가방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소리친다. "안녕! 나 왔어!" 그는 잠시, 정확히 자신의 관념 속 인물이 된다. 일터에서 돌아와 현관에서 이제 막 가족을 맞이할 남자. 세상이 바라보는 그의 모습과 그가 사적으로 인지하는 자신의 모습 사이에 어떠한 차이도 분열도 없다. "아무도 없어?" 그가 다시 외친다. 집은 고요하기만 하다. - P25
아빠와 아들은 잠깐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는 궁금하다. 일터를 나서면서, 사람들 사이에 끼어 찌는 듯한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이 타는 듯한 도시를 가로질러 오면서 그가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내내 두려워했다는 점을 휴이가 아는지 궁금하다. 집에 도착하면 아내는 주방에서 향긋하고 영양이 풍부한 무언가를 아이들에게 차려주고, 아이들은 깨끗하게 제대로 차려입은 채 테이블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기를, 이 가망 없는 희망을 품어왔다는 것을 이 아이는 알까? 이 아이는 최근 벌어지는 일에 대해 얼마나 이해할까? - P27
그는, 다시 그리고 잠시, 바로 그 관념 속의 사람이 된다. 부엌에 있는 한 남자, 딸을 공중으로 안아 올리는 남자. 그는 나무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냄비를 내려놓는다. 팔로 아이를 감싼다. 충만해진다—무엇에? 사랑보다, 애정보다 더한 무언가. 너무 예리하고 원초적이어서 동물의 본능과도 같다. 잠시 그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이 이 애를 잡아먹는 일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딸을 먹어버리고 싶다. 목의 주름에서 시작해서 진주처럼 빛나는 부드러운 팔까지.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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