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길 너머 부엉이가 앉아 있던 자리에서 날아올라 찬 밤바람에 몸을 맡긴다. 날개로 조용히 바람을 받으며 눈을 또렷이 뜬다. 부엉이의 눈으로 보면 이곳 타운은 줄줄이 늘어선 지붕과 그 사이에 도랑처럼 흐르는 거리로 이루어진 곳, 방향을 읽어야 하는 곳이다. 부엉이는 날아가며 무성한 나뭇잎을 덮어쓴 나무, 타도록 내버려둔 불에서 흘러나오는 한줄기 연기를 본다. 길을 건너가는 여우를 본다. 설치류, 아마도 쥐가 마당을 가로질러 구덩이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본다. 선술집 문간에서 잠든 남자가 벼룩에 물린 정강이를 긁는 것을 본다. 어떤 집 뒷마당의 우리 안에 있는 토끼들을 본다. - P455
조운은 영원한 불만을 친구로 삼았으니까. 조운은 지금 어떻게 애그니스를 무너뜨리려는 것일까? 어떤 정보를 칼처럼 휘둘러 이 집. 이 방, 애그니스와 딸들이 그토록 막대하고 강력한 부재를 안고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애쓰는 이 공간을 베려고 하는 것일까? 조운이 무얼 알기에? - P461
애그니스는 이게 무슨 의미인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어떻게 아들의 이름이 런던의 연극 전단에 있나? 뭔가 기이하고 희한한 착오가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 아이는 죽었다. 이 이름은 아들의 이름이고 아이는 죽은 지 사 년이 좀 못 되었다. 그 애는 아이였고 이제는 어른이 되었을 테지만 죽고 말았다. 그 애는 그애일 뿐, 연극이 아니고, 종이 한 장도 아니고, 입에 올리고 연기하고 전시할 무언가도 아니다. 그 애는 죽었다. 남편도 알고, 조운도 안다. 애그니스는 이해할 수가 없다. - P463
밤이 되자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삼끈을 엮어 만든 거칠거칠한 벌집 사이에 앉는다. 벌집 안에서 새벽 동튼 직후에 시작되는 웅웅거리는 소리가 애그니스에게는 가장 유려하고 명료하고 완벽한 언어처럼 느껴진다. - P464
주디스는 물이 맺힌 유리창에 손가락을 갖다댄다. 엄지 하나 만으로 어찌나 쉽게 두 사람의 모습이 지워지는지. - P467
세 여자가 구름이 달을 둘러싸듯 그를 둘러싸고는 반대하고 질문하고 부탁하는 말들을 쏟아붓지만, 바살러뮤는 빠져나와 문 쪽으로 걸어간다. - P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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