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피운 바람에서 세기에 남을 오르가슴을 경험했다. 일전에 네우스는 그것을 한번 경험하면 환희보다 두려움이 앞설 것이라고 경고한 적이 있다. 리카르트에게 들킬 두려움, 죄를 저지른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또 뭔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 거리로 나갔을 때 사람들이 알아챌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렇다. 하지만 오르가슴에 관한 건,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 P63

천천히 가더라도 꾸준히 가는 자가 승리하는 법이다. - P71

굳게 닫혀 책장에 꽂힌 책은 책으로 말한다.
책등의 절망 섞인 무력감은
매복한 자들이 입을 싸매 버린
두 눈을 부릅뜬 감옥에 갇힌 자의 그것과 같다.
—가스통 라포르그 - P74

그리고 차. 책 말고 차도 있었다. 그는 하루에 예닐곱 번 정도 차를 마셨다. 그는 녹차를 마시면 몸의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탁 트인다고 했다. 그녀가 몰랐던 것은 독서에 특별히 방해가 되지 않는 한, 아드리아 선생이 채식주의자였다는 사실이다. 그녀가 알 필요는 없었다. 그저 그가 깔끔하고, 월급을 잘 주고, 특히 크리스마스 때는 돈을 두 배나 주고, 잔소리하지 않으며, 말수가 적은 것으로 충분했다. 마치 그의 나이쯤 되면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잘 아는 듯했다. 불필요한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았다. 절대. 그녀보다 서른 살이나 많았지만, 완벽한 남자였다. - P78

토니야말로 자주 그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훑어 내렸고, 토니의 그러한 열정에 그녀는 사실 우쭐해지기도 했지만, 가끔은 그가 아닌 아드리아 선생이 그랬다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왜 토니는 다른 생각은 안중에도 없는 거지? 왜 한 번이라도 책을 읽으려 하지 않을까? 토니의 집에 있는 책이라고는 전화번호부(총 두 권)뿐이었다. 한쪽은 너무 없고, 다른 쪽은 너무 많고. 그녀는 생각했다. 책을 한 권도 읽어 본 적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토니에게 불가능이란 없었다. 최근 세 번의 월요일 오후에 뭘 했는지 그녀에게 설명하는 것을 빼곤. - P79

책을 손에 넣고 살펴보기 시작했을 때, 사용 흔적이 아주 많은 가죽 책갈피가 표지 안쪽에 달라붙어 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황색은 거의 옅어져 있었고, 돋을새김으로 정확히는 알 수 없는 환상의 동물을 그려 놓은 것 같았다. 특이 사항을 적는 노트에 어떤 책을 살펴보았는지 꼼꼼하게 적고선, 유리병에 노트를 넣어 두는 걸 깜빡했다. 그 옆에는 열일곱 개의 책갈피, 열두 개의 저자 사인 및 헌정 메모, 무명의 독자가 남긴 속 깊은 감상(그중 두 개는 인덱스카드로 옮겨질 만했다.), 구매 목록, 회계 내역, 책 페이지 사이에 오랫동안 감금되어 있던 문서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문서 하나가 마치 갑작스러운 죽음처럼 진열되어 있었고, 그 옆에는 1929년 봄 바르샤바의 모이세스 우처라는 보석상이 이디시어로 쓴 편지가, 자신과 부인이 외아들 요세프가 최근 의대를 무사히 졸업하고 예루살림스카야가에 사는 레비 가문의 미리암 레비와 약혼을 한다는 소식에 매우 기쁘며, 새 출발을 하는 부부의 앞날에 축복과, 번영, 장수를 기원한다는 내용을 수신인에게 전하고 있었다. 자신의 물건들에 대해 거의 성찬식급의 경외를 갖고 있는 아드리아 선생은, 사랑스러운 손길로 유리병을 쓰다듬고 크게 숨을 쉬더니 슈바르츠의 책과 첫 만남을 가졌다. - P81

최근 안드로마케의 엉덩이를 좀 더 지켜보고, 아리아드네의 깜짝 놀랄 가슴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빅토리아는 앞쪽으로 풍부하고 모양이 잘 잡힌 가슴을 갖고 있었는데 그는 항상 무시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수많은 먼지를 털어 내고, 아드리아 선생의 가까이에 있는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수많은 인덱스카드를 채우고,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문단을 보려 수십 번 몸을 기울인 끝에, 아리아드네의 가슴이라는 관찰 대상 하나가 탄생했고, 그는 자신이 캉드쉬의 『전원 음악』 (안트베르펜, 1902)에 나오는 양치기 여인 피다의 가슴을 손으로 쓸어내리기 직전의 폰키엘로가 된 듯한 상상에 빠졌다. - P84

푹푹 찌던 어느 날, 아드리아 선생은 몸살로 누워 있었다. 아드리아 선생이, 침대에, 분홍색 잠옷을 입고 누워 있음. 드디어 새로운 소식이었다. 넓은 침대 위에 널부러져 있는 대여섯 권의 책을 빼고선, 완전히 다른 남자 같았다. 수염이 좀 더 허예진 건가? 조명 때문이겠지. 아드리아 선생은 그녀에게 침대의 가장자리로 와서 앉아도 좋다고 했다. 인덱스카드를 채울 시간은 앞으로도 많을 거예요. 그리고 몇 초간 조용히 팔을 뻗더니 말했다. 너무 가까이 오지 말아요, 뭐라도 옮으면 안 되니까. 토니하고 어쩜 이렇게 다를까, 그녀는 생각했다. 별로 심하지도 않은 감기에 걸린 어느 날, 토니는 그녀에게 추워서 몸을 덥혀야겠으니 침대 옆에 와서 누우라고 오후 내내 졸랐다. - P85

"이유가 뭔지 알아요?" 분홍색 잠옷을 입은 아드리아 선생이 현관의 계단에서 멈추었던 712권의 책에 대한 대화를 재개하며 말했다.
"아니요. 모릅니다."
"지식을 좇기 때문이에요······. 왜냐하면 지식이란 소심해서, 어딘가에 숨어 날 좀 가만히 내버려 두었으면 하는 습성이 있어요. 전 그렇게 발견되지 않고 언제나 숨어 버리는 지식을 좇으려 합니다······." - P86

그제야, 그 앞에 진짜 빅토리아의 존재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침대 옆에 앉아 200년은 보낸 것 같은 여신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지식으로 가공한 다이아몬드처럼 그녀의 눈빛은 호기심으로 강렬하게 반짝였고, 그런 그녀가 정말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했다. 침대 옆에 앉아, 그를 향해 고개를 기울이자, 그녀의 옆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아름다운 가슴과 엉덩이의 곡선이 강조되었다. 아드리아는 많은 독서를 통해,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루고, 인생이 당신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모든 것이 당신의 아름다움만을 빛나도록 하는 데 쓰이는 나이가 있다는 걸, 예를 들면 귀니첼리의 노래 『거미와 나비』 (밀라노, 1800) 같은 작품을 통해 알고 있었다. 바로 빅토리아가 그 나이였다. 아드리아 선생은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 P86

질투는 세상을 바꾸어 왔다. 머리에 씌워진 왕관의 주인을 바꾸었고, 몸에 달린 머리를 날려 버리기도 했다. 맥베스와 그의 아내가 움직인 것은 결국 야망이 아닌 질투 때문이었다는 설이 있다. 질투는 부자를 불행하게 만들었고, 가난한 자를 악하게 만들었으며, 무심한 자를 죄인으로 만들었다. […] 아드리아 선생은 살면서 처음으로 질투라는 것을 실제 느꼈다. 어둡고, 지칠 줄 모르며, 곡해하며, 신맛에, 잔인하며, 쓰디쓴 질투. - P88

"그럼 그걸 카드에 적거나, 아니면 당신이 적는 거죠. 예를 들면······" 그리고 책을 펼치더니, 그가 원하던 페이지까지 재빠르게 넘겼다. "번역해 보죠." 그는 경고했다. 그리고 목청을 다듬었다. "‘당신을 너무 사랑하여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요. 오, 여왕이시여.‘ 왕자가 말했다. ‘당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주먹으로 이를, 칼로 콩팥을 날려 버릴 거예요. 그래도 일부가. 당신의 일부가 남아 있다면, 오 내 사랑, 당신을 향해 죽을 때까지 전쟁을 할 거예요.‘ 당신도 알아주기를, 오, 인간이여, 사랑과 미움 사이에는 정말 얇은 피부와 같은 작은 차이밖에 없다는 것을, 그리하여 이미 상황을 짐작했던 디도는 장작더미에 불을 지르고, 고꾸라지며 자신의 배에 칼을 꽂았다." 얼마간 침묵만이 맴돌았다. - P90

"선생님은 읽어 주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이 책들을 읽을 뿐이에요. 망각과 잊힌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느끼는 게 분명해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드로마케는 페레스 하라미요의 작품 『가지에 달린 금』(부에노스아이레스, 1931)에서 벨리 사리오가 적의 심장을 부숴 버리듯, 아주 쉽게 그의 큰 비밀을 간파해 냈다.
"그 잊힌 것들을 독서라는 행위를 통해 되살려 내고 싶은 거죠." - P92

"그러니까 형식에 좌우된다는 소리입니다." 그는 팔을 들었다. "잘 쓰인 작품의 단어들 사이에는 그것을 쓴 사람이 들어 있다는 말이죠."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 말이 형상화하는 이미지에 그녀는 매우 놀랐다. 마치 그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아드리아 선생은 계속했다.
"그저 하나의 이미지가 아니라, 실재입니다. 글의 형식에는 영혼이 있어요. 잘 쓰인 책은 잊힐 수가 없지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네?"
"아주 평범한 ‘당신을 사랑합니다.‘ 와 같은 어구조차 강한 의지와 형식적 성공이 뒷받침되는 문장 안에 잘 직조되면, 어떤 영혼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렇죠? 당신을 사랑합니다." - P94

그녀는 고통받는 자의 위로였으며, 아픈 자의 건강이었고, 죄인의 안식처였으며, 이상향, 천사들의 여왕, 상아탑, 성 빅토리아, 구슬픈 아리아드네, 동정녀 중의 동정녀, 그리고 슬픈 안드로마케였다. 심지어 새로운 연인이 반쯤 잠들게 했다. 마치 신비주의적 계시처럼, 불가사의한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아드리아 선생 이마의 활활 타는 불이 가라앉아. 빅토리아는 마치 새로운 니케처럼, 『마법사의 제자』에 나오는 훌륭한 견습생을 넘어서는 것처럼, 그녀는 새롭고 깊고 그리고 초월적인 힘을 통해, 서서히 그리고 단호하게 기름 부음을 받아, 권위를 얻고, 성스러워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안룬드의 『숲』 참조.) 심지어 그녀의 눈빛조차 새로운 힘을 가진 아름다운 사제의 것으로 변했다.
"곤사가가 이사벨라에게 말했다." 빅토리아는 처음으로 의례를 집행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너의 열을 제거 할 것이니, 너의 고통을 나에게 바치거라.‘ 수련을 시작한 수사는 그를 부드럽게 바라보았고, ‘그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아드리아 선생이 갑자기 눈을 떴다. 마치 그 단어들을 말한 자가 빅토리아가 맞는지 확인이라도 하고 싶은 듯. 몇 줄의 침묵이 지속되었다. 그녀는 그것을 비판으로 이해하고, 얼른 경구를 끝마쳤다.
"『아마도 아닐 것이다』, 주세페 그릴리, 나폴리, 1912." - P95

3페이지에서 이미 좋은 경구 하나가 나왔다. "혼자가 아니라네, 코임브라여, 커튼이 쾌활한 웃음으로 벽을 치고 오르며, 너의 집 창문이 매일 열린다면." 커튼의 쾌활함, 코임브라의 새날을 열어젖히는 여인의 쾌활함······. 세아브라 핀토가 이 발상을 써 내려갈 때, 빅토리아는 그 앞에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작가가 죽었을 때, 이 부분을 읽게 된다면 아주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 - P99

복도에서는 『아프리카 시선』의 먼지를 뒤집어쓴 아드리아 선생의 재채기 소리가 들렸다. 그는 책 하나하나, 책등 하나하나를 집중해서 청소하는 데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안드로마케의 멋진 도서관이 불명예와 망각이라는 소홀함에 무너지지 않도록. - P100

렘브란트 선생은 이제 너무나 큰 듯한 내 방, 그리고 아 슬프구나, 외로움만 가득한 방을 택했지. 햇살이 비치면 가장 아늑한 방이니까. 그림을 잘 보관했으면 좋겠구나, 사랑하는 아들아, 값이 비싸서가 아니라, 그냥 네가 항상 지녔으면 한다. 그곳에서 네 일이 잘되니 네가 더 이상 집에 돌아올 일이 없을 것 같아서, 그러니 내 늙은 형상을 기억하는 의미로, 그리고 무엇보다 오래전 네 어머니가 너에게 세상 빛을 처음 보여 준 방을 기억하는 의미로 간직하기 바란다. 그래서 값어치가 있는 것이다. 항상 잘 보관하다가 네 자식들, 그리고 네 자식의 자식들에게 보여 준다면, 언젠가 한번은 네 할머니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겠니, 가여운 사람. 그리고 네게는 너의 기원을 상기시켜 주는 작품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기억의 상실보다 더 고통스러운 죽음은 없으니까. - P110

"새로운 소식이란 말입니다. 사제여." 바루크 베네딕투스 안슬로 올손이 끼어들었다. "언제나 진실보다 느린 법이지요." - P112

"굶겨 죽이는 것은," 하임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많은 마을에서 사기꾼들과 배신자들을 처단하는 방법이지요. 자신의 거짓말로 영원히 배고픔을 채우며 살도록 두는 것입니다." - P116

"자긍심과 자만심은 인간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지." - P127

그건 음악이야. 심장에서 나왔으니까.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 P134

갑작스레 힘을 쓴 그는 숨을 깊이 들이쉬며, 벽에 기대어, 벽아, 그저 행복한 벽아, 내가 다시 너에게 기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라고 말했다. - P139

"어디서 시작했든 상관없어. 조성이란 없어. 주제와 발전부는 신기루일 뿐이야······. 예상치 못한 음악이 음악이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
"그렇다면 불협화음은요?"
"그것도 신이 창조하신 것이지." - P142

스승은 분노, 그리고 무엇이든 남기지 않고는 생을 마감할 수 없다는 죽어 가는 자의 급한 마음을 담아 음표를 불러 댔다. 마치 기억, 그의 마지막 생각, 그의 대담함으로 탄생한 생각의 닻이라도 내리겠다는 듯, 시작 주제의 광기가 끝나자 푸가 부분 간의 완벽한 균형으로 이루어진 정석적인 대위법이 이어졌다. 그다음에는 다시 여섯 개의 주제가, 모두 한결같이······ 한결같이 조성이 없었다. 마치 모든 조성이 같은 무게를 가지고 있고, 으뜸음도, 딸림음도, 버금딸림음도, 어떤 음의 위계도 없다는 듯이. - P143

이제 전부를 오르간으로 연주해 보겠어, 카스파어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풀무질을 하며 들어 보게, 혹시 자네가 실수한 게 있는지.
"실수하지 않았어요, 스승님. 카스파어는 으스대지 않고 말했다. 그는 그저 음악이라면 언제나 잘해 냈다. "만약 실수한 게 있다면······."
"생각 자체에 실수 같은 건 없어, 카스파어." 그는 다소 퉁명스럽게 제자의 말을 끊었다. "좀 더 너그러워지려 노력해 보게. 그렇지 않으면,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거야."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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