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그림에 푹 빠진 동안 시간이라는 관념은 증발해 버렸고, 마침내 시계를 보았을 때 그는 이미 병원 약속에 한참 늦은 후였다. 소름 돋는 경험을 안고 현대 미술관에서 나온 그는, 아주 신나게 여러 자동차의 주차 위반 딱지를 끊고 있는 단속원을 헉헉거리며 지나, 십칠 분이나 늦었으니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이십사 시간을 더 처벌하지는 않을지 걱정하며 병원에 도착했다. 그는 여전히 헉헉거리며, 의사를 만날 수 있는지 창구에 물었다. 의사 누구 말인가요. 내 사망 날짜와 시간을 알려 줄 의사 말입니다. 3층으로 가세요. - P37
외로움이라는 맹수의 발톱이 얼마나 잔인한지 조금씩 알아가게 된 지금, 혼자서 울 시간은 앞으로 충분할 것이다. - P38
입이 딱 벌어진 아구스티는 생각했다. 아니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살아남은 자들 앞에 펼쳐진 미래 또한 매우 끔찍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서서히 받아들여야 했으니까. - P42
태양이 바다에서 목욕한다는 게 거짓이라고 말하지 말아 줘. —펠리우 포르모자 - P43
하지만 운명이란 그런 것이다. 서사의 전체가 아닌 일부분만을 제멋대로 보여 준 채, 아닌 척 모호한 웃음을 지으며 우리를 속이려 든다. - P49
"편지는 읽히기 위해 존재하지. […]"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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