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나는 어른이 되면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냥 익숙해지는 것뿐이었다.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에 무뎌지는 것뿐이었다. - P92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슬픔을 안고 있어요. 그 사실이 나를 버티게 해요. 가끔은 슬픔이 턱밑까지 차올라서 그만 잠겨 버리고 말 것 같을 때, 내 옆에 나처럼 턱밑까지 차오른 슬픔 속에서 천천히 앞으로 헤엄쳐 가는 사람을 보게 되는 거예요. 그러면 나도 아, 아직 괜찮구나, 하고 따라서 헤엄을 쳐요. 헤엄치는 나를 보고 또 다른 누군가 역시 헤엄을 치겠지요.
우리는 이렇게 시커먼 슬픔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줄지어 헤엄을 치고 있어요. 나를 위해서, 그리고 서로를 위해서요. - P104

원래 그랬잖아요.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이렇게 웃었죠. 왜 웃었는지 설명을 하려고 하면 하나도 웃기지 않은데, 그때는 눈물이 나도록 웃기는, 그런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요. 나는 그렇게 웃어 버렸어요. - P120

아침을 먹으면서 말할 상대가 있으니 좋아요. 날씨라든가, 뜰에서 본 신기하게 생긴 벌레라든가, 헐거운 문고리라든가, 세상의 심각한 일들이 아니라 그냥 사는 얘기들이 오가요. 그래서 나는 소년과 아침 먹는 시간을 기다려요. 눈을 뜨고 일어나 아침을 먹을 때까지는, 예전처럼 사는 것 같다는 착각도 들어요.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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