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 아저씨에 따르면, 자기 고향에선 말을 하는 것 자체가 골치 아픈 일만 만들어 낼 뿐이라서, 아예 말하는 습관을 버렸다고 했다. 더구나 양치기는 사람 만날 일도 없으니. 사람들이 만일 자기한테 말을 필요로 하는 질문을 던졌다면 기꺼이 대답을 했을 테지만, 이제껏 아저씨에게 질문을 하는 사람이라곤 전혀 없었다. 그래서 아저씨는 대부분의 시간을 벙어리로 지낸다는 거였다. 나도 동의했다. 그건 내가 주유소에 있을 때하고도 약간 비슷했다. 차이가 있다면, 나는 벙어리가 되는 대신에 장난감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아니면 말을 되는 대로 입 밖으로 내뱉는다는 데 있었다. 그래야 내 안에 말이 쌓여 있지 않으니까. - P153
땀범벅이 되어 잠에서 깼을 때, 새벽빛은 마티 아저씨가 거실 한쪽에 마련해 준 내 침대 맞은편 벽을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중이었다. 무슨 꿈을 꿨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암튼 나는 엄마가 보고 싶었고, 그래서 엄마를 상상했다. 상상 속 엄마를 꼭 끌어안고서 날이 밝기만을 기다렸다. 날이 완전히 밝은 다음에도 나는 기다렸다. 환한 빛이 괴물들을 완전히 쫓아냈다는 걸 확인할 때까지 그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니까. 하지만 괴물들이 무서운 건, 그놈들은 항상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않은 곳에 몸을 숨긴다는 점이다. - P157
그날 아침, 떠오르는 아침 햇빛으로 노랗게 물든 마티 아저씨의 방에서 나는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깨달았다. 나는 이상하고, 정상이 아니고, 문제투성이다. 좋다, 그야 뭐 그렇다 치자. 모든 사람이 틈만 나면 그렇게들 말하니까. 하지만 따지고 보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나와 마찬가지였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말로키오, 자기만의 악몽과 자기만의 마크레가 있다. 그저 거기에 다른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 P159
〈그래서?〉라고 묻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지만, 그건 나쁜 소식을 불러오는 종류의 질문이라는 걸 나는 일찍부터 알았다. 「그래서 교장 선생님은 네가 더 이상 학교에 다닐 수 없다고 말했어. 그래서 네 할머니는 너를 무척 사랑하지만 이제는 세상을 떠나셨지. 그래서 대답은 〈아니야〉가 맞아, 산타 할아버지는 존재하지 않아.」 나는 이런 식으로 〈그래서〉란 말을 한 보따리는 더 댈 수 있다. - P167
나는 마티 아저씨에게 날 재워 주고 먹여 주면 일손을 보태겠다고 제안했다. 아저씨는 내가 양을 접해 본 경험이 있는지 알고 싶어 했다. 내가 최근 들어 제일 가까이서 본 양이라곤 아기 예수님 탄생 연극 때 마르탱 발리니가 연기한 양이었지만, 나는 거짓말을 하기로, 나만큼 양에 대해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거고, 양들도 나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고 둘러대기로 마음먹었다. 다만 문제는 내가 능숙한 거짓말쟁이가 아니라서, 거짓말을 하려고 해도 뭔가에 꽉 막혀서 버벅거린다는 거였다. 아무리 말을 하려고 해도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마티 아저씨는 내가 곧 흥분 상태에 빠지리라는 걸 눈치채고는, 나한테 양의 앞과 뒤를 분간할 줄 아는지 물었다. 그거라면야 물론 알고 있었다! 마티 아저씨는 내 어깨를 두번 툭툭 치더니 말했다. 「좋아, 넌 합격이야.」 - P171
나는 사튀르냉이 죽은 이후 그토록 슬펐던 적은 없었다. 사튀르냉이 차에 치어 죽었을 때 엄마는 나를 꼭 안고 달래 주면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다. 그때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시간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는데, 그 시간이라는 것이 어떻게 슬픔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건지, 내 참. 그런데 그 말은 사실이었다. 얼마 후 잠이 깼을 때 나는 덜 슬펐고, 조금씩 조금씩 나쁜 꿈도 꾸지 않게 되었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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