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녹은 초에 달라붙은 초콜릿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거고, 그게 바로 생일날의 맛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평범한 초콜릿일 뿐이고, 그저 평범한 초콜릿이라면 언제든 먹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아빠는 이런 내 생각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어느 해 8월 26일엔가 정비소에서 아빠와 함께 있을 때 이런 내용을 설명하려 한 적이 있다. 그러자 아빠는 되도 않는 소설 그만 쓰고 12호 몽키 스패너나 건네 달라고 했다. 나는 아빠한테 8호 린치를 건네주었다. - P99

「여긴 아주 오래전에 사람들이 드나들던 곳이야. 아주아주 오래된 곳이라는 말이야. 아무한테도 여기에 대해서 말하면 안 돼, 알았지?」
맹세하기 위해 손을 들어 올리자 비비안이 내 손을 거두었다.
「맹세까지 할 필요는 없어. 이제 우리는 서로 믿는 사이잖아.」
비비안이 나더러 입을 다물라고 했으니 천만다행이었다. 왜냐하면 어찌나 멋진지 나는 그럴 수만 있다면 온 세상에 대고 마구 고함을 질러 댔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 P111

그 아이가 어찌나 예쁘던지 나는 그 아이의 살갗 속으로 들어가서 비비안이 되고 싶었다. 비비안이 된다는 게 어떤 건지 알고 싶으니까. 그러다가 곧 내가 정말 그 아이의 살갗 속으로 들어가면 거울을 쳐다보지 않는 한 비비안을 볼 수 없게 될 거고, 그럴 바엔 차라리 비비안이 내 살갗 속으로 들어오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더라도 내가 그 아이를 볼 수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그렇게 되면 적어도 내가 가는 곳마다 그 아이를 데려갈 수는 있을 터였다. - P113

나는 감히 비비안한테 같이 살자는 말을 다시 꺼내지 못했다. 비비안이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편이 나을 거라고 마음을 정리한 터였다. 그래서 그저 이따금 넌지시 암시만 할 뿐이었다. 예컨대 동물이 그려진 벽지를 더 좋아하는지 꽃이 그려진 벽지를 더 좋아하는지 같은 걸 묻고는 이내 다른 화제로 옮겨 가는 식이었다. 어쨌든 그건 급한 일도 아니니까. 우리가 서로 알게 된 지 얼마나 되었는지 물었을 때, 비비안은 어깨만 으쓱했다.
「잘 모르겠어. 아마 2주 정도?」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나는 비비안을 좋아했다. 그 아이도 시간 따위는 신경 쓰지 않으니까. - P121

1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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