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영화감독(위대한 다큐멘터리 감독은 거의 없다)은 그의 몫이 아니었고, 동시대 많은 이들이 누린 뛰어난 재능도 그의 몫이 아니었다. 아버지에게 분명히 있기는 했던 조금의 재능은 단지 좌절의 원천으로만 작용하며, 실현되지 않은 막연한 잠재력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줄 뿐이었다. - P18
나는 부엌 저편으로 걸어가 어머니가 액자에 끼워 벽에 걸어놓은 조그만 신문기사를 유심히 들여다보곤 했다. 아버지가 만든 첫번째 영화에 대한 기사였는데, 리뷰 내용 대부분이 호의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좀체 내 마음을 떠날 줄 모르는 짧은 문장이 하나 있었다—기사 말미의 문장으로, 이 문장에서 그 비평가는 아버지의 영화를 "젊은 천재의 간과할 수 없는 작품"이라고 묘사했다. 이후 세월이 흐른 뒤 깨닫게 된 것인데, 내가 그렇게 오랫동안 아버지를 용서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그 단어들과 그것들에 실린 무게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부엌 식탁에 홰를 친 새처럼 앉아, 만트라를 암송하듯이, 나는 머릿속에서 그 단어들을 되풀이해 중얼거렸다. 내가 그 단어들을 충분히 여러 번 말하면, 그 뉘앙스를 모사하면, 분명 모든 것이 그 단어들처럼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모양이다. - P20
어머니는 참을성 있게 아버지 말을 듣고 있었다. 데이비드를 옹호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아버지가 생각하는 그의 결함들을 인정하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어머니가 아버지의 강요에 못 이겨 데이비드를 나쁘게 말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어머니가 싸움을 원했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어머니는 그저 어안이 벙벙한 미소를 띤 채 자리에 앉아 있었고, 아버지가 마침내, 이 사람의 성격에 대해 당신이 진짜 아는 게 뭐냐고 물었을 때 어깨를 으쓱하고는 이렇게 대답했다. "알아야 할 건 많지 않아. 데이비드는 아주 단순한 사람이거든. 제 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사람,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당신이 알지 모르겠지만." - P26
"기억해." 아버지가 말했다. "결국 그리 단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는 사람들은, 처음에 단순해 보이는 사람들이야." - P27
그해 여름의 저녁에는, 간혹 인근 언덕 지대에서 코요테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가 데이비드와 나가고 없을 때 나는 걸핏하면 내 침실 창문 밖에 있는 지붕 위에 앉아, 우리집 뒤쪽의 가파른 경사지에 사는 녀석들의 울음소리를 듣곤 했다. 녀석들은 낮에는 보이지 않다가, 밤이 되어 해가 거리 저편으로 떨어지고 나면, 멀리서 개들처럼 우짖었다. 뒤뜰의 잔디 너머로, 달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는 어두운 대양과 요트 정박지에 있는 자그마한 집들의 불빛들이 보였다. 나는 내 유년의 모든 때를 그 지붕에서 보냈을 것이다. 바다를 내다보면서, 충분히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이 움직이는 방식에 대해 뭔가 의미심장한 발견을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고 믿었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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