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 썩게 하리라.
다 썩어 문드러지게 하리라.
내가 지표 위로 전부 덮일 것이다. 불비처럼 세상에 흩뿌려질 것이다. 내가 모조리 먹어치울 것이다. 내 포자와 씨앗을 지상 가득히 뿌릴 것이다. 나는 빌딩을 썩게 하고 철근을 으스러뜨리고 콘크리트를 부술 것이다.
인간이 만든 것들을 다 집어삼킨 뒤 땅에 단단히 뿌리를 내릴 것이다. 나는 지구 위를 죄다 뒤집어씌우며 무성하게 번식할 것이다. 내 귀신 들린 숲이 너희를 남김없이 잡아먹고 자라나리라. 모든 죽은 것들이 살아서 들뛰고 생동하게 하리라.
그렇게 화산처럼 폭발하며 증식하다 마침내 먹을 것이 없어져 스스로를 먹을 것이며, 그러다 소멸해갈 것이다. 그렇게 내가 다 으스러져 사라진 자리에 새 숲이 자라나리라. - P257

친구가 새벽 무렵에 말했다. 얘, 전에 내가 재미있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 누가 우주비행사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대.만약에 당신이 화성에 갈 수 있다면, 그런데 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면, 아니, 가다가 죽거나 가자마자 죽을 수도 있다면, 그래도 화성에 갈 기회가 온다면 가겠느냐고 물었대. 그런데 비행사들이 다 가겠다고 답했다지 뭐니. 왜냐면 자신의 인생은 애초에 우주에 있었으니까. 제 삶이 거기서 끝난다면 마땅하고 자연스러운 일일 테니까······. 나는 늘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고. 늘 알겠더라고······.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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