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확실하다고 해서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야. 개인의 기억은 통조림에 붙은 라벨 같은 것이니까." […] "아니, 에티켓 이론이야. 통조림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사실 겉에 붙은 라벨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거야. 누군가에 대해 말할 때도 그의 본성이 아니라 드러난 태도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과거는 밀봉된 채 선반 위에 올려놓은 통조림과 같아. 그래서 우리는 라벨만 보며 얘기하는 거지. 하지만 거기 통조림 안에 뭐가 들었는지는 아무도 몰라." "열어보면 되지." 그가 말했다. "열어볼 수 없다니까. 그게 규칙이야. 과거는 통조림 속에 들어 있고, 우리에게는 따개가 없어. 그러니 누구도 과거를 바꿀 수는 없는 거야." - P78
그때 영국 학생들이 뭐라고 말했던 모양인지 갑자기 장피에르가 "아니야, 그렇지 않아"라고 말했어. "아니야, 그렇지 않아. 우리 각자의 인생은 소스 팬 안의 스파게티 면이라는 걸 잊지 말라고. 시간이 흐른다는 건 그 소스 팬을 한번 뒤섞는 것과 같아. 너희 인생의 관점에서 보자면 시간이 인과적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일 거야. 어떻게 뒤엉키든 스파게티 면의 차원에서는 한 가락이니까. 너희는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가는 일이 소스에 버무린 뒤 만들어진 스파게티 면의 형태를 따라 움직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진정한 시간여행은 그게 아니라 소스 팬을 몇 번이고 뒤섞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인데, 일개 스파게티 면의 차원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지. 그래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다고 해도 너희는 너희의 과거가 누군가의 미래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충격을 받을 거야. 현재를 바꾸기 위해 과거로 간 너희가 맞닥뜨릴 사람이 이미 늙어버린 연인이라면 어떤 기분이겠어? 너희가 태어나기 전의 과거로 거슬러올라가도 너희가 바꿀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면? 그런데 엔지니어로서 내가 장담하는 것이지만, 그건 거의 확실해." 장피에르가 그렇게 말했어. - P82
그리고 나는 너를 생각했어. 너를, 이제는 통조림 속으로 들어가버린, 혹은 한번 휘저어버린 소스 팬 속의, 또 다른 스파게티 면 한 가락이 되어 버린 너를. - P83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그 마음을 모두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발밑에 광부들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광부들을 존재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야기 속에서 저는 여전히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지만 거기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아내의 마음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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