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눈이 어두워서 잘 보지 못해. 하지만 알렉시스는 아주 잘 봐.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그토록 잘 조준하겠어? 그런데 이번에는 변화를 주기 위해 이 주제에 관해 익히 잘 알려진 소나타를 윤색하면서, 그의 이마에 총알을 박아 넣지 않았어. 아니야, 그렇게 하지 않고서 대신 입에 꽂아 넣었어. 그가 욕을 내뱉었던 그 더러운 입에 쏴 버린 거야.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그가 살아서 내뱉은 마지막 말은 "보지 못하는 거야?"가 되고 말았어. 이건 그의 말을 다시 듣게 되면 알 수 있을 거야. 그는 더는 보지 못했어. 죽은 사람들은 눈을 뜨고 있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해. 우리는 그 눈들을 볼 수 있지만, 그 눈들은 보지 못하고, 그런 눈은 눈이 아니야. 시인 안토니오 마차도가 현명하고 정확하게 말했던 것처럼 말이야. - P61
만일 알렉시스가 적어도 무언가를 읽는다면······ 하지만 이 점에 있어서 이 아이는 너무나 철저해. 마치 그토록 오래 살면서도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은 위대한 레이건 대통령과 똑같아. 인쇄된 글자로 오염되지 않은 이 순수함은 또한 내가 이 아이에게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기도 해. 내가 그렇게 많은 책을 읽었는데, 내 꼴을 봐! 나를 보란 말이야. 그런데 내 아이는 서명하는 법은 알까? 물론 알고 있었어. 내가 본 필체 중에서 가장 씩씩하고 가장 삐뚤거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악마인 천사가 쓴 것처럼 이상야릇해. 여기 그 애 사진이 한 장 있는데, 사진 뒷면에 내게 바치는 글을 썼어. 간단하게 "평생 당신의 것"이라고만 썼는데, 그거면 충분해. 더 많은 것을 원할 필요가 있을까? 내 인생 전체가 그 말이면 충분하고도 남아. - P68
콜롬비아의 모든 문제는 의미의 문제야. 자, 그럼 한번 보지. ‘개새끼‘는 여기서 많은 의미가 있을 수도 있지만, 아무 의미도 없을 수도 있어. 예를 들어 "정말 개새끼처럼 추워!"라는 말은 "너무 심하게 추워!"라는 의미야. "개새끼처럼 똑똑한 놈이야."라는 말은 아주 똑똑하다는 뜻이지. 그러나 그 빌어먹을 놈이 우리에게 말했던 것처럼, 그냥 "개새끼."라고만 말하면, 그건 전혀 다른 의미야. 그건 뱀이 당신에게 내뱉는 독이야. 그런 독사들의 머리는 깨부숴야 해. 뱀이 죽느냐 우리가 죽느냐의 문제인 거야. 하느님이 그렇게 해 놓으신 거야. - P73
시뻘겋게 달군 집게도 아니고, 펄펄 끓는 솔도 아니야. 지옥의 고통은 바로 소음이야. 영혼이 불태우는 뜨거운 열이 소음이거든. - P86
죽음은 또 다른 죽음을 가져오고, 증오는 더 많은 증오를 가져와. 그렇게 되는 게 일종의 법칙이야. 빙빙 돌면서 자기 꼬리를 붙잡으려고 하는 고양이의 법칙이지. 많이 매장한다고 쏟아지는 폭력을 잠재울 수는 없어······ 오히려 폭력에 불을 붙여. 그래서 코무나에서는 산 사람의 운명이 죽은 사람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거야. 증오는 가난과 같아. 그건 아무도 빠져 나오지 못하는 모래 구덩이야. 몸부림을 칠수록 더 깊이 빠지거든. - P88
늙은이가 젊은 애를 죽이는 게 온당치 않다고 생각하지? 물론 그건 당연한 생각이야. 늙어서 하는 모든 건 타당치 않아. 죽이거나 웃거나 섹스하거나 무엇보다도 계속 살아가는 건 부적절한 행위야. 죽는 것을 제외하고 늙어서 하는 모든 건 부적절해. 늙음은 부끄럽고 천하며, 꼴사납고 혐오스러우며, 파렴치하고 구역질 나. 늙은이들은 죽을 권리 말고는 아무 권리도 없어. - P133
나는 자비롭게 옷은 그를 더 아름답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의 아름다움을 감소시킨다고 그에게 설명했어. 그리고 모터사이클은 그에게 청부 살인자의 지위를 주고, 지프는 마약 밀매상 혹은 마약 조직원 같은 더럽고 저급한 인간쓰레기라는 걸 보여줄 뿐이라고 말했어. 그리고 오디오는 왜 필요하냐고 물었어. 우리가 안에 갖고 다니는 소리만 해도 시끄러운데 뭐하러 밖의 소리까지 원하는 거지? 그리고 냉장고 안에 넣을 것도 없을 텐데, 냉장고가 왜 필요해? 거기에 공기를 넣을 참이야? 아니면 시체를? 그러니 수프나 먹고 헛된 꿈은 잊어버리라고 말했어······. - P138
마술 상자 속을 뒤적거리고 찾으면서 깜짝 선물 속에서 갈수록 행복해 하는 고양이를 상상하도록 해. 여기에 대통령과 정부에게 전하고 싶은 게 있어. 국가는 조금 더 깨닫고 자각해서 젊은 애들에게 옷을 사주라는 거야. 그래야 생식이나 살인을 생각하지 않게 되거든. 축구장으로는 충분치 않아. - P148
사탄이여, 축복받으소서, 이 세상의 일을 걱정하지 않으시는 주님이 없는 틈에 당신이 이 세상의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 오셨나이다. - P149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그의 괴물처럼, 인간은 하느님의 손에서 빠져나와 하느님이 손쓸 수 없는 존재들이야. - P150
여기에는 죄 없는 사람이 없어. 모두가 죄 많은 사람이야. 무지와 가난, 이런 걸 이해하려고 해야 하지만······ 그런데 이해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 모든 게 나름대로 설명할 수 있고, 합리화할 수 있다면, 그렇게 우리는 범죄에 영합하게 되는 거야. 그럼 인권은? 인권은 무슨 인권, 그런 건 생각해 볼 가치도 없어! 그건 영합이며 방탕이고 방종이야. 자, 그럼 잘 생각해 보자고. 만일 여기 아래에 죄지은 사람들이 없다면, 그게 뭐지? 그건 범죄가 스스로 이루어진다는 게 아닐까? 범죄가 스스로 저질러지지 않고, 여기 아래에는 죄지은 사람이 없다면, 죄 있는 장본인은 저 위에 계신 분이야. 이런 범죄자들에게 자유 의지를 주신 무책임한 분이셔. 그런데 누가 그분을 벌주지? 당신이 벌주나? […] 국가는 탄압하고 총을 쏘기 위해 있는 거야. 나머지는 국민 선동, 그게 민주주의야. 더는 말할 자유, 생각할 자유, 일할 자유,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면서 버스를 만원으로 가득 채우는 자유는 없어. 그건 모두 개소리야! - P1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