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에 대해 누가 뭐라고 하든, 생각을 자유로이 풀어준다는 점은 장점이다. 록밴드, 블루스밴드, 그리고 살사밴드까지, 이들은 모두 관객이 완전히 집중하게 만드는 데 온 힘을 쏟는다. 드럼과 앰프의 목적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가들은 관객이 좀 더 편안히 앉아서 각자 자신의 생각을 정처 없이 따라갈 수 있는 분위기를 기꺼이 만들어주는 것 같다.
어린이용 이야기책에 나오는 그 옷장과 조금 비슷하다. 용감한 소녀가 외투 사이를 지나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 도착하는 이야기 말이다. 조금 전까지 나는 카네기홀에서 소나타를 듣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면 눈이 내리기 시작한 숲속을 방황하고 있다. 그러다 소나무에 에워싸인 작은 공터에 다다르면, 가로등과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 P203

토미는 양복을 옷걸이에 걸고, 이를 닦고, 침대로 올라왔다. 그러고는 1분쯤 책을 읽는 시늉을 하다가 불을 끄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곧 다시 일어나 신발을 정리했다. 토미가 다시 베개를 베고 누운 뒤 나는 몸을 기울여 그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때로는 우리에게 그런 것이 필요하다. 아무리 암담한 상황이라 해도 다 괜찮아질 것이라고 달래듯이 누군가가 머리에 쪽 입을 맞춰주는 것. 내가 최소한 그 정도는 해줘야 할 것 같았다. 10분 뒤면 나는 곤히 잠들겠지만, 토미에게는 아주, 아주 긴 밤이 될 테니까. - P217

어떤 사람들은 얄궂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주는 딱히 얄궂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얄궂은 것과는 정반대다. 저주에 담긴 내용이 그대로 실현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면에서 한마디, 한마디가 그대로 실현되기를.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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