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것에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은, 산만함을 극복하려고 과도하게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 그 속에 숨겨진 가능성을 발견하는 데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정신적 혼란이나 시련, 심지어 자발적으로 수용하는 권태 속에서 틀에 박힌 논리적 사고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산만함을 갈망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시간 낭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시인 앤 라우터바흐의 시 「집에 이름을 붙인다는 것 Naming the House」은 집중과 효율의 강요에 저항하면서 한눈에 보기엔 무위의 공간처럼 보이지만 사실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내포한 공간에 대한 갈망을 드러낸다.

작은 땅 위를 한가롭게 거닐고 있는 그녀는 생각들이 여기저기로 흩어지기를 바라니, 모든 것이 밤새 내린 눈에 뒤덮여
지워지고 또 지워지기를.
그녀는 감각에 속박당한 고요한 세계를
찬찬히 살핀다
그녀의 호기심은 어떤 예감 같은 것, 사물들이 결국 허무하게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그것들에 이름을 붙여 내 것으로 만드는 기쁨을 아는 것. - P134

폴 노스Paul North는 해당 주제에 대해 색다른 관점을 제시 했다. 그는 인간이 "분산"과 "산만함"을 통해 더 고차원적인 능력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데거는 산만해지는 존재, 즉 현존재는 자신의 근본에 대해 사유하는 자유를 누린다고 말했다. 또한 베냐민은 새로운 매체가 인간의 내적 산만함을 부추겨 예술의 정치화를 이끌어낸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 두 철학자는 인간의 가장 고차원적인 능력은 인식을 통합하는 능력이 아니라 그것을 주기적으로 해체하는 능력이라고 지적했다."
『산만함의 문제The Problem of Distractionl, 스탠퍼드대학교 출판부, 2012. - P147

니콜라스 카는 이렇게 썼다. "모든 산만함이 나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경험했겠지만, 어려운 문제에 지나치게 집중하다 보면 정신적으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우리의 사고는 편협해지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으려 애쓰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하지만 그 문제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일을 하거나 하룻밤 자고 다시 돌아가면, 대개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되고 창의력이 폭발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니콜라스 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P147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그림을 그리는 일은 소득 없는 오전 작업을 마무리하는 방법으로는 게으른 것이었지요. 그렇지만 우리 의식 속에 가라앉아 있는 진실은 때때로 게으름 속에서, 몽상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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