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강둑에 갔을 때 이래로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존재가 확연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의 체취. 루시의 가슴 속에서 진실이 솟아오르며 흙탕물을 만들었다. - P266

루시는 전처럼 혼자 강물에 몸을 담근다. 피부가 쪼글 쪼글해진다. 그래도 루시는 계속 물에 떠다닌다. 땅에 있을 때도 물에 있을 때처럼 쪼글쪼글할 미래를 상상한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친구 옆에 앉아 웃음을 짓고 있을 미래. 다른 어떤 미래가 있을 수 있을까? 루시는 자기가 말한 대로 되었다. 고아. 아무도 없음. 돈도, 땅도, 말도, 가족도, 과거도, 집도, 미래도 없다. - P267

샘은 씹고 말하고 삼키고 허풍을 치고 루시의 배 속에는 허기가 감돈다. 거친 땅에 대한, 구불구불 구부러져 끝이 보이지 않는 길에 대한, 스위트워터에서 야생성과 함께 사라진 공포에 대한 굶주림. 간을 안 한 귀리죽과 차갑게 식은 콩이 특식이 되는 길, 몸을 달구어 깨어나게 하는 길에 대한 굶주림. 거리가 전부 지도로 기록되고 알려진 이 따분하고 평탄한 곳이 아니라. - P257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자 샘의 매력에 가려 보지 못했던 게 보인다. 그 아래에 바를 죽인 것과 똑같은 과격함, 쓰라림, 희망이 있다. 루시가 스스로 고아가 되어 떨어져 나온 옛 역사가. - P277

주황색 불빛이 샘의 광대, 샘의 짙은 색 눈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몇 해 뒤 샘의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스테이크를 먹어 대서 몸집이 커지고 샘이 되고 싶어 했던 바로 그 모습이 되겠지. 열한 살 때 이미 샘은 선언했다. 모험가. 카우보이. 무법자. 어른이 되면. 사라진 오 년, 잃어버린 오 년, 샘을 가둘 장소도 다잡을 사람도 없었던 오 년 뒤에 돌아온 샘이 오히려 더 익숙하게 보인다. 더욱 샘다워진 샘. - P281

루시는 거리가 텅 비기를, 샘이 으르렁거리고 난 뒤에 생겨나 아직도 멈추지 않은, 웃자란 풀로 뒤덮인 좁은 오솔길처럼 말로 할 수 없는 세계로 이어지는 떨림을 느끼기를 원할 뿐이다. 그러나 샘이 좋다고 대답한다. - P282

거기, 진흙탕 속을 헤집어 보면, 가장 밑바닥에 강철 이빨을 가진 질투가 있다. -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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